[사설] 재난기금 폭탄 돌리기, 부산 관광·마이스업 죽으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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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소득 하위 70% 국민(전국 1400만 가구)에게 사상 처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정책이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한 ‘폭탄 돌리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9조 10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전체 재난지원금 중 20%를 국비가 아닌 자치단체 예산으로 부담하도록 조치했다. 예산에 쪼들리는 부산시는 궁여지책으로 부산지역에 지급될 재난지원금 7251억 원 가운데 20%나 되는 1450억 원을 지역의 행사와 축제 예산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레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국제회의와 행사가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가뜩이나 줄도산 처지에 놓인 지역 관광·마이스(MICE) 산업을 사지로 내모는 행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행사·축제 축소나 취소 계획
긴급재난지원금 분담금 마련 목적
지원 시급한 관광·마이스 업계 비상

시는 재난지원 재원을 마련키 위해 시 예산이 지원되는 지역의 모든 국내외 행사와 축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행사와 축제를 취소하거나 지원 예산을 깎는 방법으로 재난지원금을 확보한다는 방침 속에 다음주 초께 대상 행사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자치단체 분담분 20% 가운데 10%를 지역 16개 기초지자체에 분담할 것을 요구했으나, 구·군의 반대에 부딛치면서 난감해진 상황이라 고육지책으로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행사 축소나 취소 계획은 정부의 재난지원 결정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시가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취지나 목적에는 이견이 없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며 전액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데서 너무 쉽게 물러선 것이라 큰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시는 상반기에 예정된 행사와 축제에 투입될 예산을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하거나 유채꽃축제 같은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취소된 것만 대상으로 삼는 방법 등 다양한 수단을 논의 중이다. 시는 이 과정에서 부산을 대표하거나 지역산업 기여도가 높은 행사, 하반기에 개최될 큰 행사 등의 민간 주최자 측에도 시의 방침을 알리는 바람에 “황금알을 낳을 거위의 배를 가르는 실수”, “관광·마이스 업계를 한 번 더 죽이는 처사” 등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시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탓에 행사가 줄줄이 취소·연기돼 대거 폐업 위기에 직면한 관광·마이스 업계 대표들과 시장이 주재한 간담회를 갖고 피해 최소화와 금융 지원을 약속한 바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졸속·부실 행정이란 원성을 사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시의 재난지원금 마련에 지역경제와 업계 사정을 고려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재정난과 행정편의를 앞세워 모든 행사와 축제에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댈 게 아니다. 시가 평소 전략산업으로 정해 중점 육성하고 있는 관광·마이스 및 의료관광 산업과 동북아 해양수도 시책에 기여하고 있는 행사나 축제, 관련된 업체들은 지금처럼 어려울 때 더욱 애정을 갖고 보살필 일이다. 이는 부산이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연초 국내 유일의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된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기도 하다. 시 정책의 전 분야에 걸쳐 불필요한 예산이나 중요치 않은 사업은 없는지 잘 따져볼 것을 주문한다. 정부도 지자체의 재정적 하소연과 반발에 귀 기울이는 한편 지자체의 분담금 부담을 없애거나 덜어주는 ‘착한 정책’을 펼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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