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직격탄… “BIFF·모터쇼 예산까지 손대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재난지원금 분담 파장

오거돈(가운데) 부산시장은 지난달 27일 벡스코에서 지역 마이스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는 마이스업계를 위해 사업 자금의 조속한 집행 등을 약속했다. 부산시 제공

정부발 긴급재난지원금 ‘예산 폭탄 돌리기’는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가난한 지자체’에 큰 짐을 지웠다. 부산시는 부담금 확보를 위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행사 축소와 취소 카드를 꺼내들면서 지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으로 정부와 부산시가 엇박자를 보여 비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 재원 대책 없이 졸속 추진
돈가뭄 지자체 예산 더 쥐어짜
부산 행사·축제 90% 영향권
굵직굵직한 행사 축소 불 보듯
“건설규제 완화로 기여금 확보
시, 획기적 예산 방안 마련을”



■“황금알 낳을 거위 배 가르나”

부산시의 행사 예산 삭감 방침은 특히 관광·마이스업계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지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 가자 부산시는 관광·마이스 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며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지자체 재정이 휘청이자 시는 각종 행사와 축제, 국제회의, 포럼부터 취소하려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허울뿐인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실상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는 분통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삼락벚꽃축제, 대저토마토축제, 부산낙동강유채꽃축제 등 계절적으로 영향을 받는 행사와 축제는 하반기로 연기하지 못하니 취소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런 행사에 투입되는 예산을 긴급재난지원금 등에 보태는 데는 업계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문제는 부산국제모터쇼와 부산국제보트쇼, 부산항축제 등 일정 조율이 가능한 굵직굵직한 행사들이다. 시가 이런 행사와 축제에 투입되는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행사 자체를 아예 취소를 해 버린다면 지역 관광·마이스 업계가 받는 타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시 재정파트의 행정적 조치가 만일 4~5월에 몰려 있는 크고 작은 국제회의나 7~8월에 집중되는 여러 해수욕장 관련 축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업계에서는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와 축제, 각종 포럼의 80~90%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시 공무원들로부터 예산이 대폭 깎일 가능성이 높다거나,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은 PCO(국제회의전문기획사)·PEO(전시전문주최사) 업체 종사자도 많은 상황이다.

부산의 한 마이스업체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나 원아시아페스티벌과 같은 도시를 대표하는 대규모 행사도 예산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일부 행사가 불가피하게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이 예산은 업계를 위해서 다른 방법으로 지원돼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산업별·업종별로 일정 비율을 분담하면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에 배정되는 예산이 적어 산업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는데, 그나마 있던 행사마저 취소하는 건 관광·마이스 업계의 씨를 말리는 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의 한 전시전문업체 종사자는 “지난해 8월부터 직원들과 함께 준비해 오던 벡스코 행사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통보를 이번 주에야 받았다”며 “9개월가량 이 프로젝트에 투입한 인적 자원과 시간 등을 생각하면 단순히 투입 비용을 보전받는 것으로는 턱도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매년 또는 격년 주기로 개최되던 행사들이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된다면 앞으로의 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지도 모른다. 또 다른 마이스 업체 관계자는 “마이스 산업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부각되면서 부산이 유치한 행사와 포럼을 갖고 가려고 노리는 도시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당장의 위기만을 바라보며,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획기적인 예산 확보 방안 마련해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부담금으로 인해 각 지자체는 기존에 발표했던 자체 지원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경남도, 울산시, 충남·북도 등은 정부와 중복 지원, 예산 부족 등으로 자체 지원 계획을 철회했고, 부산시, 서울시 등은 기존 자체 지원 계획을 유지키로 했다.

특히 정부의 재난지원금 부담에 대해 다소 난색을 표했던 부산시는 결국 정부에 적극 협조한다고 2일 밝혔다.

또 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정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경제대책본부에 이어 ‘비상재정대책본부’를 출범한다고 2일 밝혔다. 방역, 경제에 이어 재정까지 스리-트랙으로 재난에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울러 재정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비상재정전략회의’도 구성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시가 큰 틀에서 사전협상제 등 건설규제 완화로 민간기업의 공공기여금 규모를 늘리면서 시 예산을 확보하는 등 획기적인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세헌·안준영 기자 corni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