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인 의사로 돌아가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나선 이탈리아 농구 심판 실비아 마르지알리(왼쪽)와 귀도 조반네티. 연합뉴스

이탈리아 농구 심판 2명이 본업인 의사로 돌아가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나서 화제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심판인 실비아 마르지알리(32)와 귀도 조반네티(29)가 의료 일선으로 복귀해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2일(한국시간) 오후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11만 명을 넘어 미국 다음으로 많고, 1만 3000여 명이 사망해 세계 최다를 기록 중이다.

로마의 한 응급 의료센터에서 일하는 마르지알리는 2017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국제경기 여성 주심을 맡아 유로컵 등 여러 국제대회에서 휘슬을 불었다. 그해 그는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마르지알리는 심판복을 벗고 의사 가운을 다시 입은 것에 대해 “응급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병원으로 달려가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상황이 더 안 좋은 북부 이탈리아로 가고 싶지만, 로마에서 일하게 돼 있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2017년부터 FIBA 심판으로 일하는 조반네티 역시 “정부에서 의사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데다 상황이 심각해져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염에 대한 공포심은 마찬가지”라며 “심판을 볼 때와 같이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조반네티는 부모님이 모두 의사인 ‘의사 2세’다. 그는 “부모님은 의사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으셨지만 내가 선택했다”면서 “농구는 내가 열정을 갖고 하는 분야다. 의사와 심판 일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르지알리 역시 ‘의사 아버지’를 뒀다. 그는 “농구를 통해 더 열린 마음과 헌신하는 자세를 갖게 됐고, 많은 사람도 알게 됐다. 의사 일과 농구 심판은 내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밝혔다. 정광용 기자 ky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