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어기 외국인 선원, 내보내기도 남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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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어기를 맞은 수산업계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 선원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년 같으면 고국으로 돌아갔을 외국인 선원 중 상당수가 올해는 국내에서 휴어기를 보내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선사들로선 선원들의 체류비 등 추가 부담으로 울상이다. 지난달 미리 선원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낸 일부 선사는 그들대로 고민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휴어기가 끝난 후 외국인 선원 중 일부라도 선사로 복귀하지 못할 경우 하반기 조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코로나19 여파 귀환 봉쇄 우려
대형선망 소속 360명 부산 체류
선단별 3개월 체류비 1억 원 부담
사회적 거리두기 등 통제도 어려워
기선저인망, 복귀 못 할까 노심초사



5일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수협은 최근 각 선단, 외국인 선원 관리회사 등과 회의를 갖고 2개 선단(외국인 선원 4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10여 선단 360여 명의 외국인 선원을 휴어기 중 부산에 체류시키기로 했다. 대형선망의 휴어기는 6일부터 3개월 동안 실시된다. 대형선망의 외국인 선원은 대부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적이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각국이 봉쇄정책을 펴면서 선원들이 귀국하려고 해도 항공편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만일 항공편을 구해 귀국한다고 하더라도, 3개월 후 다시 부산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선원들이 고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보다 열악한 방역 환경 탓에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도 크다”며 “휴어기가 끝난 후 이들이 복귀하지 못하면 선사로선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부득이하게 선원들을 부산에 남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휴어기 3개월 동안 외국인 선원들의 부산 체류 비용은 각 선사에서 부담하게 된다. 1개 선단(각 선단은 외국인 선원 약 20명 고용)을 1개 선사로 가정할 때, 1개 선사가 부담해야 할 20명에 대한 3개월 체류 비용은 1억 원 상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선사별 숙식 환경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딱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한 끼 6000~7000원, 하루 숙박비 3만 원 수준으로 대략 계산할 경우 1개 선사당 약 1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휴어기 중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등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생활 통제나 관리 역시 선사로선 큰 부담이다. 특히 ‘E-10비자(선원비자)’로 입국한 선원들이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하다 당국에 적발될 경우 강제 출국될 수도 있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아이들 한 달 방학도 부모들에게는 부담스러운데, 다 큰 성인 수 백명의 ‘3개월 휴가’를 무사하게 책임져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루 24시간 이들을 관리하는 담당자를 둘 수도 없을 뿐더러, 다 큰 어른을 24시간 통제하는 것도 사실상 무리”라고 털어놓았다.

대형선망수협과는 달리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의 경우 소속 선사의 외국인 선원 절반 이상이 이미 고국으로 돌아갔다. 공식적인 휴어기는 이달 중순 이후(쌍끌이 4월 15일, 트롤 4월 21일부터) 시작되지만, 어획량이 줄면서 지난달부터 개별적으로 조업을 중단한 선사들이 많아서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은 지난 1일 쌍끌이협회·트롤협회와 회의를 갖고 남은 외국인 선원 관리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관계자는 “이미 선원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낸 선사들은 당장 휴어기 이후 이들이 복귀하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나머지 선사들은 선원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주저하면서도 선망수협처럼 큰 비용을 들여가며 이들을 부산에 체류시킬 여력도 없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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