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문화예술 밥그릇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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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빈사 상태다. 거의 모든 문화예술 공간이 문을 닫았고, 공연과 각종 행사는 줄줄이 연기되었다. 예술인들의 일거리는 한순간에 사라져 실업자 신세가 됐다. 특히 일반 기업과 달리 하나의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이들은 대부분이 프리랜서이고, 용역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각종 정부 지원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신분으로 일하던 문화예술인의 타격이 컸다. 다른 도시보다 문화예술 분야 산업 비중이 크고,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많은 베를린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평소라면 느려 터진 행정 처리로 악명이 높은 베를린이 이번 코로나19 ‘즉시 지원금’(5000유로·한화 678만 원)은 유례없는 신속한 집행으로 신청 3일 만에 입금했다.

베를린 사례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면 국내 경우를 보자. 서울시는 어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예술계에 50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본격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최대 2000만 원까지 총 500여 건의 창작활동을 지원키로 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달에 이미 ‘예술창작활동지원’에 선정된 550여 명에 300만 원씩 총 16억 5000만 원을 우선 지급하고, 각종 심의 일정 단축과 지원금 교부를 앞당긴다고 했다. 경남도 역시 지난 2일 예술인 창작활동 준비금 지원을 당초 1억 원에서 4억 원으로 확대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위한 지원 대책을 내놨다.

부산은 지난주에야 부산예술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피해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더 전격적인 부산시 조치는 문화예술 분야 축제 예산 삭감으로 나타날 판이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평화영화제, 부산콘텐츠마켓,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예산 환수 혹은 지급 보류 의사가 전달됐다. 시민들의 예술 향유 충족은 그다음으로 치더라도 대외 신뢰도가 추락하고 그에 딸린 무수한 문화예술 인력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철학의 부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화예술인만 더 배려해 달라는 건 아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정부발 재난지원금 ‘할당’에 부산시가 문화예술 축제를 최우선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더 나은 문화예술 축제를 만드는 데 힘은 못 보탤지언정 안 그래도 어려운 문화예술인 밥그릇 뺏을 궁리만 하는 부산시가 되어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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