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격전지 유권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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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녕 정치부장

4·15 총선일까지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부산·울산·경남(PK)이 전국에서 보기 드문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PK의 다수 선거구에서 오차범위 내 초박빙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음이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PK 보기드문 총선 격전 주목
타지역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박빙 후보 초긴장 표정 역력
유권자 소중함 절실히 알아야
어렵더라도 투표 참여는 필수
초박빙의 전율 마음껏 즐기길

한때 부산에서는 선거일 전 사망한 후보가 단지 보수정당 소속이란 이유로 당선되는 사례가 있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일이다.

보수정당이 여당이던 시절 교육감 선거에서 추첨을 통해 기호 1번을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던 ‘로또 선거’도 ‘실화’로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보수정당의 기호가 1번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세상이 바뀌어 이제 진보정당이 ‘싹쓸이’를 하며 부산에서는 지방의회가 사실상 ‘1당 체제’가 됐다.

이러한 ‘표쏠림’ 현상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유권자의 소중함을 망각하게 만들 수 있다. 후보들이 당선된다고 한들 유권자의 권익을 돌아볼 이유가 없다. 당에 충성해 공천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당의 간판에 숨어 개인의 역량이나 지역주민을 향한 애정, 국가에 대한 충성도를 심판받지 않은 채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런 점에서 PK에서 벌어지는 각 당 후보간 초접전이 흥미롭고 의미가 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수도권이나 호남이 여당에, 대구·경북 등이 야당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린 듯한 상황에 비하면 현명한 PK지역의 유권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주말 만난 지역 여당의 한 후보는 “따뜻한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중앙당 사람들은 PK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미래통합당을 따라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이후 유권자들의 반응이 냉담해진 것 같다”며 걱정을 태산처럼 했다. 그는 밤 10시가 다 돼 가는 시간에 유권자들이 모임을 하고 있어 들러봐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역시 주말에 마주친 야당의 한 후보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높다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통합당은 뭐 한게 있냐는 질책 역시 따갑다. 예전 같으면 조국 사태와 마스크 대란 중 하나만 있어도 분위기가 야당으로 완전히 왔을 텐데 이제 유권자들의 표심이 엄청 신중해졌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여야 후보들을 보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이제 선거가 선거다워진 것 같다. 한 표라도 더 얻겠다며 뛰어다니는 애절함을 통해 후보들은 유권자의 소중함을 깨달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PK 40개 선거구가 모두 초박빙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보들은 펄쩍 뛰겠지만 그것이 유권자가 대접받고 지역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더 많은 박빙지가 나오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더 많이 나오면 된다. 역대 총선의 투표율을 보면 2016년 58.0%, 2012년 54.2%, 2008년 46.1%에 그치고 있다. 유권자의 절반 정도가 투표장을 가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후보들은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 나머지 절반을 공략해 그 중 과반을 넘기는 전략을 짠다. 결국 총 유권자의 4분의 3 정도가 국회의원을 만드는데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계산의 정확도를 떠나서 이번 투표는 꼭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다져 보길 유권자 여러분께 간곡히 당부드리고 싶다. 코로나19 사태로 투표장으로 갈 결심을 하기 더욱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길지 않은 시간내 잠잠해질 수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뽑힌 국회의원들은 앞으로 4년간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고 이는 개개인의 삶의 질에 직결된다.

‘찍을 사람이 없다’ ‘다 똑같은 인간들이다’ ‘누가 되든 선거 끝나면 지역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등의 ‘기권 이유’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가진 ‘부동층’일수록 더욱더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 이러한 부동층의 투표장행은 정치인들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나다가 선거 게시물이 보이면 거기에 적힌 공약이나 구호라도 한번 훑어보면 된다. 이 시점에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할지 아니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할지, 선택의 이유를 단순화해 자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15일 당일 투표하기 힘들면 오는 금·토요일인 10일과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신분증을 지참하고 사전투표소를 찾아도 된다.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무섭다는 것을 PK 정치인들이 조금이나마 느끼는 시대가 됐다. ‘초박빙’의 짜릿한 전율을 유권자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시대가 되길 바란다.

jumpjum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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