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지치고 학원은 어렵고… 학교 빼고 다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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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9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부산 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 테스트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수영구에 거주하는 장 모(36) 씨는 6일부터 두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각각 보내기로 했다. 부산에서 첫 환자가 나온 직후인 2월 24일부터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으니 6주간 가정보육을 해온 셈인데 아이도 친구,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아우성인 데다 아이를 돌봐 오던 친정어머니도 너무 힘들어해 ‘긴급 보육’을 하기로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유치원 실외 활동이 많아진 것도 등원 이유 중 하나다.

오늘부터 유치원·어린이집 등
긴급보육 형태 보내는 집 늘어
학원도 문 여는 곳 더 많아져
거리 두기 역행 곳곳 활동 재개


놀라운 건 같은 반 아이 엄마들과 주말 ‘단체카톡’을 해 보니 맞벌이 가정 대부분이 6일부터 아이를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 둘째의 경우 어린이집에서 먼저 연락이 와 “긴급 보육을 활용해 적응기간을 가져 보자”고 제안해 이를 수용했다. 시간대별로 2명씩만 등원하게 해 적응을 돕는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했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더 연장하고 학교 개학도 온라인으로 전환해 ‘등교’를 최대한 미뤘지만 곳곳에서 ‘활동 재개’가 감지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피로감과 포근해진 날씨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경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긴급보육 참여율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저조했지만 최근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학원들도 6일부터 문을 연다는 곳이 많아지면서 결국 아이들이 ‘학교 빼고’ 다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이번 주 개원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이번에 문을 못 열면 폐원을 해야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부산시교육청이 조사한 학원 휴원율은 60.9%지만 이번 주에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둔 한 모(42) 씨는 “고민하다 유치원과 학원 등원을 결정했는데, 결국 학교 빼고는 다 가게 됐다”면서 “막상 보낸다고는 했지만 분위기가 사회적 거리 두기와는 멀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주말 각 가정에서는 자녀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고 마이크와 카메라 성능을 테스트하는 등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컴퓨터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따라 각 학교로는 스마트 기기 추가 대여 요청이 이어졌다.

한 고등학교 교장은 “교육청에서 긴급하게 수요조사를 하는 바람에 그때 기기 대여 신청을 하지 못한 가정들이 뒤늦게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들 대부분이 보유 중인 PC를 막상 가동해 보니 성능이 너무 떨어지거나 두 자녀 이상이라 PC가 더 필요한 상황을 감안하지 못한 집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초등학교 1, 2학년생들의 경우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EBS 방송 시청과 학습꾸러미를 활용해 학습하는 형태로 원격수업을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이현정 기자 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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