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조심조심 옮기는 북극곰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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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변대용 개인전

변대용의 ‘아이스크림을 옮기는 방법'. 갤러리 오로라 제공

북극곰 가족이 책을 읽고 있다. 줄지어 아이스크림을 나르기도 한다. 초록색 옷을 걸친 모습까지 외형은 곰인데, 하는 짓은 딱 사람이다.

조각가 변대용 개인전 ‘꿈을 찾는 여정-당신도 맞고 나도 맞다’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스페이스나무 갤러리 오로라에서 열리고 있다. 둥글고 매끈한 몸매, 하얀 몸에 코만 까만 북극곰 시리즈는 변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는 북극곰과 아이스크림이 등장하는 작품 20여 점과 신작 5점을 선보인다.


둥글고 매끈한 파스텔톤 작업
북금곰 ‘사람살이’ 표현한 조각
아이스크림 ‘달콤한 위로’ 상징
21일까지 양산 갤러리 오로라 

변대용 작가의 작품 ‘코스프레’. 갤러리 오로라 제공

변대용 작가의 작품 ‘작업실 고양이’. 갤러리 오로라 제공

변 작가의 작품 속 북극곰에선 사람이 보인다. 작가는 “처음에는 북극곰을 통해 환경 파괴에 대한 직접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 작업을 하면서 북극곰이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살던 환경에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지만, 북극곰도 현대인도 그렇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한다.

타고난 모습대로 살 수 없는 두 존재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게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인공적인 음식이지만, 북극곰 입장에선 유빙이나 얼음을 대체한다. 현대인이 달콤한 것을 먹으며 ‘당 충전’을 하는 것과 같다. ‘위로’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아이스크림을 북극곰들이 옮기는 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작품에 드러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변 작가의 북극곰은 둥근 항아리를 보는 것 같다. 그는 “개인적으로 양감 있는 작업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시각적인 풍성함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둥글고 매끈하고 파스텔톤을 많이 쓰는 작업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와’하고 작품에 달려든다”고 전했다.

북극곰이 갈색곰, 반달곰으로 변장하는 코스프레 시리즈가 있다. 변 작가는 “살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살짝 숨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얀 설원에서 북극곰의 흰색은 보호색이 되지만, 얼음이 녹고 풀들이 자라는 환경에서는 초록색 옷을 입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꿈을 찾기 위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이야기다.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온 길냥이를 모델로 한 고양이 작업도 ‘생존과 관계’라는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에 놓인다. 사람이 두렵지만, 먹이는 먹고 싶어서 화분 뒤에 숨어 있는 길냥이를 보며 변 작가는 ‘저 친구도 살기 위해서 저렇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사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내 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이 틀린 것은 아니다. 서로의 존재와 삶의 방식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전시의 부제목 ‘당신도 맞고 나도 맞다’는 변 작가의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작품이 작가를 닮아가기도 하지만, 작가가 작품을 닮아가기도 한다. 변 작가는 북극곰 작업을 하면서 희망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어릴 땐 순진하지만, 어른이 되면 때가 좀 탄다. 그러면서도 살아가야 하고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변 작가는 최근 식물 심기에 푹 빠졌다. 김해시 생림면에 있는 작업실 앞 버려진 텃밭에 화초를 열심히 가꾸는 작가의 모습은 삽질하는 북극곰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얼음꽃을 심고 얼음꽃을 피우는 북극곰은 여름 부산에서 열릴 개인전에서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변대용 초대 개인전 ‘꿈을 찾는 여정-당신도 맞고 나도 맞다’=21일까지 갤러리 오로라. 055-374-3500.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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