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질환 ‘로봇 수술’로 정밀하고 안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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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서동수 교수가 4세대 수술 로봇인 다빈치 Xi 를 이용해 자궁경부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은 수술 시간과 통증, 합병증을 줄이는 등 장점이 크다. 부산대병원 제공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임신이 안 돼 고민이 많았던 J 씨. 하복부에 심한 통증이 있어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초음파 검사에서 5cm 크기의 자궁근종이 발견됐다. 임신을 원하는 J 씨를 위해 주치의는 로봇수술을 택했다. 자궁근종을 제거할 때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해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수술 시야 넓어 합병증 최소화
부산대병원, 다빈치 Xi 추가 도입
자궁근종·부인암 수술에 적용
대동맥 림프절 절제술에도 효력



■부산대병원 4세대 수술 로봇 도입

부인과 수술은 분만과 관련된 여성의 생식기관을 다루는 만큼 범위를 줄여 필요한 부분만 수술해야 한다. 수술 주변 조직을 건드리지 않고, 주변의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수술이 필요하다.

세밀함이 요구되는 수술이지만, 좁은 골반 내에서 수술 도구를 움직여야 해 수술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혈관과 신경이 흐르고 장, 요관, 방광이 밀집한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수술이 매우 어렵다. 당연히 수술 시간도 길고, 수술 후 회복도 오래 걸린다.

이런 이유로 복강경수술이 어느 과보다 산부인과에 빨리 도입됐다. 그러다 최근에는 복강경수술과 유사하지만 의사가 로봇팔을 조종해 수술하는 로봇수술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수술시야가 넓어져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고, 안정적인 수술 공간을 확보해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것이 로봇수술의 장점이다.

부산대병원은 그동안 로봇수술기구인 다빈치 Si로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다양한 부인과 질환을 수술해 왔다. 특히 고난도로 알려진 광범위 자궁목절제술에 성공해 젊은 여성도 수술 후 임신이 가능하다. 이달 초 최첨단 4세대 수술 로봇인 다빈치 Xi 가 추가로 도입돼 부산 경남에서 최초로 두 대의 로봇을 가동하게 됐다.

부산대병원 서동수 산부인과 교수는 “다빈치 Xi가 도입되면서 이전의 다빈치 시스템보다 수술 범위가 훨씬 커졌다. 암 진단 후에 수술을 기다리며 마음고생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대기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로봇수술, 자궁근종·부인암 수술에 장점

자궁근종 절제술은 자궁을 적출하지 않은 상태로 근종만 제거하는 수술이다. 복부에 구멍을 내서 진행하는 복강경하 근종절제술은 최소침습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근종이 크고, 근종의 수가 많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수술이 쉽지 않다. 수술 중에 출혈 과다 위험이 있고 근종 제거 후에 남은 자궁을 튼튼히 봉합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쉽지 않은 수술이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로봇을 이용한 자궁근종 절제술을 하게 되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로봇 손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사람 손보다 더 많은 회전운동이 가능하다. 또 집도의가 수술 도구의 끝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의사의 손 떨림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복강경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로도 들어가 출혈량을 줄이며 짧은 시간에 수술을 마칠 수가 있다. 수술 흉터와 통증도 줄어 환자와 보호자가 일상생활로 좀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다.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초기 난소암 등의 부인암 질환에서는 자궁 적출에다 림프절도 절제해야 해 수술 범위가 커진다. 그러나 로봇수술은 복강경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를 10배 이상 확대해 부인암 수술을 진행한다. 4개의 로봇팔로 정밀하고 세심하게 수술이 가능해져 보다 정교하고 적절한 병소의 절제가 가능하다.

로봇수술은 암세포 전이 여부를 평가하고 병기 결정을 위해 시행하는 골반과 대동맥 주변 림프절 절제술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기존의 수술에서는 많은 부위의 림프절을 제거하기 때문에 후유증으로 림프부종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봇수술을 통해 암세포가 최초로 이동하는 관문 림프절을 찾아 제거하는 관문 림프 절제술을 하게 된다.

림프절 절제범위를 정하기 위해 최신 형광림프절 관찰 시스템이 적용된다. 수술 부위에 의료용 형광물질 주입을 통해 암의 통로가 되는 관문 림프절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로봇의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수술 부위를 10배까지 확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결과 혈관과 혈류, 미세 조직까지 관찰하여 림프절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로봇수술은 더욱 큰 자궁, 심한 골반 내 유착, 진행성 자궁내막증 등 기존의 복강경으로 하기 힘든 수술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젊은 여성이든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든 임신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자궁을 건드리는 수술을 무조건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계속 경과를 관찰하다가 질환이 심해지곤 하는데 적절한 시점에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서동수 교수는 “로봇수술은 수술 부위의 절개 크기와 흉터가 적어 회복도 빠르다. 그동안 로봇수술로 관문 림프절제술을 250건 이상 시행했지만, 림프부종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부작용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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