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등교해야죠” 아침 일찍 이불밖 나온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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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온라인개학 시범수업

오는 9일 시작되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6일 오후 부산 동아고 교무실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온라인 시범수업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벌써 한 달 반째 아침 9시가 넘어도 이불 밖으로 나올 줄 모르던 중학교 3학년 강지연(15) 양이 웬일로 6일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모처럼 깨끗이 씻고 가장 아끼는 옷으로 갈아입은 강 양은 책과 필기구를 들고 컴퓨터 앞에 가 앉았다.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원격 시범수업이 있는 날이다. 깨우지 않았는데도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밥 한 그릇까지 뚝딱 비운 딸을 지켜본 부모는 절로 흐뭇해졌다. 강 양의 아버지는 “소중했던 ‘일상’을 조금씩 되찾는 기분”이라며 “아침 출근 시간에 아이들이 자고 있어 집이 적막하기만 했는데 모처럼 생기가 돌아 좋았다”고 말했다.


화면으로 반 친구·선생님 만나는 날
모처럼 깨끗이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학부모 “과제수업 때보다 체계 잡혀”

화면 켜 놓고 딴짓해도 알기 힘들어
출결·평가 등 공정성 찾는 게 관건


■온라인등교 시작, 활기 되찾은 가정

오는 9일 중3과 고3의 본격적인 원격수업을 앞두고 6일과 7일 시범 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각 가정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6일 첫 원격수업에 참여한 동아중 3학년 조성훈(15) 군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아침에 담임 선생님이 인터넷상에서 출석 체크도 하고 조회도 해 주셔서 좋았다”면서 “아무래도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해이해지기 쉬운데 선생님과 친구들을 화면으로라도 만나니 공부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군의 어머니 도혜영(39) 씨도 “등교는 안 하지만 원격수업이 9시부터 시작되다 보니 과제수업을 할 때보다 체계가 잡히고 아이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부모로서 기분이 좋다”면서 “수업을 시작하며 선생님이 코로나19 예방 규칙에 대해서도 다시 일러줘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다”며 특히 처음 해 보는 원격수업 준비로 애쓴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다만 조 군은 “학생들이 인터넷 채팅을 익명으로 이용하던 습관들이 남아 있어 그런지, 예의에 어긋나는 댓글들이 가끔 올라와 조금 불편했다”고 말했다.

7일 시범수업을 앞두고 초등학생들은 6일 준비물을 사러 가는 등 온라인개학이 다가오면서 등교개학 못지않게 분주해진 모습이었다.

한편, 일부 가정에서는 프로그램을 깔고 장비를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6일 논평을 내고 “온라인개학으로 경제적인 격차가 고스란히 학습 격차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교육만큼은 선별복지가 아닌 보편복지가 되어야 하는 만큼, 온라인 교육용 학습기는 가정 보유에 관계 없이 외국처럼 모든 학생에게 지급해 줄 것”을 제안했다. 유해 사이트를 차단한 교육용 학습기가 지급되면 디지털 기기 폐해에 대한 학부모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적화된 방법 찾기 분주한 학교

학교 현장은 ‘최적화된 수업 방법’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주 교육부의 온라인개학 발표가 있은 뒤 부산 지역 교사들은 대부분 학교로 출근해 수업 준비를 하고 있고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도 지난 1일 혹은 2일, 또는 6일이나 7일 중 하루를 정해 시범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고민이 큰 부분은 출결과 평가 부분이다. 화면을 켜 놓고 수업을 듣지 않은 경우 출석으로 인정할 것이냐,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없느냐를 두고 많은 교사가 고민하고 있다. 또 원격수업 내용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평가를 해야 최대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모이고 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학교별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자율에 맡겨 두면 다양한 수업 형태가 나올 수 있는데, 지켜야 할 세부지침을 너무 많이 내려주면 교사는 더 힘들어진다”면서 “학교가 최적화된 수업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믿고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한 중학교 교사도 “학년별 시간표를 짜 최대한 정규수업에 가깝게 운영해 왔고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았는데 시교육청은 학급별 시간표를 짜라고 해 혼란스럽다”면서 “까다로운 지침을 다 지키려면 EBS를 틀어 주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교사들 사기를 꺾지 않는 선에서의 지침을 내려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지난달 초부터 선제적으로 원격수업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온 덕에 교육부에서도 ‘인정’할 정도지만 학교 현장과는 속도가 맞지 않아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열심히 하는 교사들에 묻어가는 무임승차 교사를 막기 위해 학급별 시간표 형태의 지침을 내려준 것”이라면서 “꼭 학급별 시간표가 아니라도 한 교사는 수업, 한 교사는 피드백 형태로 역할을 나눈다면 합반 수업이 가능하다. 시범수업 기간을 거친 뒤 현장과 가장 잘 맞는 형태의 수정 지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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