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자 투표 못 해… 불통행정에 ‘격리’된 참정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코로나19 참정권 침해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유입 사례가 계속 확인되고 있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최근 해외 입국자 증가 등으로 자가격리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자가격리자는 이번 4·15 총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참정권 침해 논란이 인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거소투표’ 대상자에 자가격리자는 해당하지 않는 데다 정부는 자가격리자가 수칙을 어기고 외출할 경우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격리자 총선 거소투표 해당 안 돼
선관위 “현행법상 투표 방법 없다”
6일 현재 부산 자가격리자 1233명
입국·접촉자 증가 격리자 더 늘 듯
참정권 원천 봉쇄에 불만 잇따라
건강권·참정권 조화 방안 찾아야



부산선거관리위원회는 “확진자와 접촉으로 자가격리 중인 이들이 현행법상 투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6일 밝혔다. 부재자투표의 일종인 거소투표제도는 선관위가 거소투표 신청자에게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발송하면 이를 받아 기표한 뒤 우편으로 반송하는 방식이다.

공직선거법상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사람, 병원·요양소·수용소·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기거하는 사람, 사전투표소와 선거일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영내 또는 함정에서 근무하는 군인·경찰공무원 등은 거소투표 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가격리대상자는 거소투표가 가능한 경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 입장이다.

한편, 입원 중인 ‘확진자’는 거소투표 신고 후 병원, 생활치료센터, 자택에서 거소투표를 할 수 있다. 부산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마감된 거소투표 신청자 6709명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8명이다.

자가격리자의 거소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부산에서 6일 현재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가격리자는 1233명이다. 매일 해외 입국자가 100명 넘게 들어오고 있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유권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5일에 투표를 하기 위해선 적어도 14일에 자가격리가 해제돼야 한다. 거소투표가 불가능한 자가격리자들이 수칙을 어기고 투표를 하러 외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진 모(29) 씨는 “감염을 막기 위해 자가격리지를 벗어나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해 참정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가격리자의 투표를 막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선관위는 정부와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현재 자가격리자가 투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일반 유권자와 자가격리자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임시 기표소를 마련해서 하는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임시 기표소 투표도 자가격리자들의 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백지화됐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거소투표는 비밀투표라는 원칙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정부와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는 입원 중인 확진자만 투표가 가능하고 자가격리자는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