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단상- ‘거리 두기’가 성공하려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운용 부산경남인도주의실천의사 협의회 대표

노숙인 한 명이 민간 중소병원에 입원 중 사망했다. 코로나19 관련 업무만 하는 부산의료원에서 전원된 환자다. 팔꿈치에 큰 고름이 있어 팔 전체가 붓고 열도 많이 났다. 전원 다음 날 응급수술을 시행하고 광범위한 항생제를 독하게 투여했지만, 입원 3일째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너무 늦게 발견된 걸까, 어떤 형태이든 환자의 죽음은 의료진에게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

지난 3월 첫 주말 우리 단체의 회원들과 대구 달서구 선별진료소에 자원봉사를 갔다. 긴장감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검사받는 시민들은 고마워했고, 봉사자들 사이에는 힘겨운 가운데 배려와 우애가 넘쳐났다. 위기에서 힘을 모아 헤쳐나갈 사회적 밑천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직접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대구 자원봉사 일정을 평가하면서 대구 현장에 의사 인력은 생각만큼 모자라지 않으니 우리 지역의 노숙인들을 방문하자고 의견이 모였다.

노숙인진료소, 상담센터와 함께 도시락을 마련해 부산 시내를 몇 차례 돌아다녔다.

밤 10시께 부산역에서 만난 한 노숙인은 그날 한 끼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아파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고, 감염 위험을 이유로 무료급식도 거의 다 멈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위기는 가난한 자에게 먼저 온다고 했던가. 부산시의 대책이 절실하다.

코로나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환자가 폭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부산의 한 공공병원에서 코로나 대응을 위해 훈련했던 간호 인력들을 환자가 줄고 수입이 주니까 무급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일 뿐 아니라, 위기 속에서 빛나고 높아져 가는 의료인들의 공공 의식을 공공병원에서 먼저 훼손하는 일이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공공을 위협하는 감염병이 상수가 되는 시대다.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일선을 담당할 공공병원을 확대하고 공공 의식을 가진 의료인들을 양성하는 것을 논의해야 할 시기다. 이럴 때 응급의료와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공공병원이 무급휴가라니. 공공영역의 이런 행위를 민간기업들은 어떤 신호로 받아들일까.

부산 지역의 코로나 대응에서도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만 주로 보인다. 부산시장, 부산의료원, 부산대학교병원은 보이지 않는다. 촛불로 당선된 부산시장의 보건의료 주요 공약은 침례병원을 공공화하고 부산의료원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선출직 정치인인 시장이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주된 요인이다.

코로나 대유행은 모든 시민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시장으로서는 오히려 이제라도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되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니, 재경부니 할 때가 아니다. 공공병원과 공공보건의료 인력의 부재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위험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로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부산시장은 공공의료 공약을 지금이라도 독하게 지키시라.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 지도 오래되었다. 아예 개학 자체를 하지 못했다. 일정이 나왔지만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육부 장관도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아이도 힘들고 부모도 힘들고, 학교 선생님들도 힘들다. 학교에는 전문가가 보건교사 한 명뿐이다. 다른 선생님들이 있지만 걱정과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장서서 뭘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지침도 수시로 바뀔 것이다.

의사협회는 전국 모든 시·군·구에 다 있다. 만약 지역 의사회가 자기 지역의 학교 교사들 교육도 해주고, 의뢰 체계도 함께 만드는 식으로 뒷배경이 되어준다면 학교와 지역사회가 얼마나 고마워하겠는가. 현실에서는 당장 불가능하지만 이런 논의라도 할 수 있다면, 혹은 현장에서 시도라도 해볼 수 있다면 의사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지금은 그조차도 난망해 보여 안타깝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