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벨라루스 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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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과 러시아의 관문인 벨라루스(Belarus)는 ‘동유럽의 숨은 보석’으로 불린다. 한반도와 비슷한 면적을 가진 벨라루스는 가장 높은 산이 345m에 불과할 정도로 국토가 낮고 평탄하다. 드넓게 펼쳐진 하얀 자작나무 숲 사이로 1만 1000여 개의 호수와 2만여 개의 강이 흐르는 물의 나라다.

과거 유럽과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벨라루스는 정치적인 이유로 리투아니아, 폴란드,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1918년 3월 주권을 회복한 벨라루스는 소비에트 연방에 가입했으나, 1991년 구 소련의 해체와 함께 독립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벨라루스가 새삼 세계 이목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 때문이 아니다. 축구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스포츠가 사실상 ‘올 스톱’됐지만, 벨라루스는 프로축구 리그를 강행하고 있다.

벨라루스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는 지난달 19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0시즌을 시작했다. 이번 주 들어서도 경기는 계속되고 있다. 매 경기 1000명 이상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어깨동무를 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벨라루스에선 7일 현재 56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8명이 사망했다. 확진자 수만 보면 다른 유럽 국가보다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달 말 94명이던 확진자는 일주일 만에 440명으로 늘어나더니 6일 하루 동안 확진자가 122명이 추가됐고 사망자도 기존(4명)의 배가 늘어 나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스포츠는 코로나 치료제”라며 프로축구 경기를 강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직접 아이스하키장에서 선수들과 경기를 해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황당 어록도 있다. 그는 “바이러스 제거를 위해 보드카로 손도 소독하고 매일 100ml 정도 드세요”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벨라루스 사람들은 음악이 들리면 어디서든 유쾌하게 춤을 춘다고 한다.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국민성으로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지켜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전염병이다. 낙천적인 국민성으로만 대응이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전쟁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김진성 스포츠팀장 pap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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