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후보 개개인의 도덕성에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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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올 1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큰일이 있었다.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46)가 MLB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이다. 지터는 미국야구기자협회가 실시한 ‘2020년 입회자 선정’ 투표 결과, 투표권자 397명 중 396명의 지지를 받았다. 입회 기준인 득표율 75%를 훌쩍 넘겨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함께 후보 명단에 오른 배리 본즈(56)와 로저 클레멘스(58)는 올해도 입성하지 못했다. 두 사람에겐 이번이 여덟 번째 도전이었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MLB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개인 통산 354승을 거두고 탈삼진을 무려 4672개나 뽑은 클레멘스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7차례 받았다. 역대 최다인 개인 통산 762홈런을 친 본즈는 내셔널리그 MVP를 무려 7차례 수상했다. 그에 비해 지터는 20년간 양키스에서만 뛰며 통산 타율 0.310과 통산 3465안타의 기록을 남겼다. 타자 부문 주요 지표로는 1998년 아메리칸리그 타점 1위가 유일하다. 본즈와 클레멘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이다.

코로나19·진영논리 정책선거 난망
화려한 경력보다는 도덕성이 중요
국민 편 가르기에 동요되지 말아야

비도덕적 정치인은 부패하기 마련
가식으로 포장된 실체 똑바로 응시
몰염치한 후보는 투표로 심판해야

그럼에도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를 가른 건 도덕성이었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모두 금지 약물 복용 논란으로 그간 쌓은 명예를 실추시켰다. 반면 지터는 남다른 자기관리로 스포츠맨십의 표상으로 존경받았다. 스타들이 즐비한 양키스에서 11년 이상 주장을 맡을 정도로 팀에 헌신했다. MLB는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헌신을 바탕으로 한 도덕성을 더 귀한 가치로 선택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이번 총선의 모든 이슈가 파묻히는 형국이다. 또 이번 총선은 시작부터 진영논리로 일관해 정책선거는 아예 물 건너갔다. 유권자들로선 무엇을 기준으로 옥석을 가려야 할지 난감한 것이다. 전문성, 이념, 열정도 좋지만, 이는 일을 같이 해보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는 가치들이다. 그에 비해 도덕성은 스스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

도덕성은 국민 모두가 정치인들에게 강렬히 요구하는 가치다. 지난해 멀쩡한 나라를 거의 반 토막으로 분열시킨 이른바 ‘조국 사태’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그 실상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실망한 것은 정치인의 도덕성을 국민이 그만큼 무겁게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 총선의 초점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맞추려는 진영이 있다. ‘조국 대 반(反)조국’의 프레임으로 지지층을 모으려는 전략이다. 안타깝다. 총선을 대하는 전술과 전략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서다. 국민과 지역민을 위한 정책 대결이 그리도 어려운 것인지, 그렇게 모은 표로 어떻게 나라와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국민에게 또다시 갈등을 부추기면서 편 가르기로 승부수를 띄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다.

도덕성의 문제는 개개의 후보에게 적용하는 게 먼저다. 총선은 기본적으로 ‘내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권역별 선거이기 때문이다. 정권 심판이니 야당 심판이니 하기에 앞서 내 지역에 어떤 인물이 입후보했는지 알아봐야 한다. 지난 공천 과정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유권자들은 충분히 지켜봤다. 그런 사람들이 내 지역을 대표하고 나라를 이끈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실제로, 이번 21대 총선 후보자들은 열 명에 세 명꼴로 전과 기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재 정권이 오래 존재했던 우리 정치사의 특성상 전과가 있는 후보의 상당수가 시국 사범이지만, 음주운전이나 세금 체납 등 도덕적 흠결이 있는 후보도 적지 않다. 상해죄로 징역을 산 후보도 있고, 심지어는 살인, 강도, 청소년 성폭행을 저지른 이들도 후보로 등록됐다. 국회가 아니라 감옥이 더 어울리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해당 정당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어이없을 따름이다.

도덕성이 제대로 갖추어진 후보자에게 투표하자. 유권자는 선거공보를 통해 후보자의 병역 사항, 세금 납부·체납 사항, 전과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유력지를 통해 해당 후보의 이력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과 기록 외에도 해당 후보가 지역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전 몸담았던 업장에서 사람을 업신여기지는 않았는지, 남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도덕적 권위가 없는 정치인은 결코 훌륭한 정책을 만들지 못하며, 설사 만든다 해도 그것을 실현할 수 없다. 그들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그 부패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그를 뽑아준 유권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가식과 거짓으로 포장된 이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몰염치한 인간이라면 투표를 통해 단호히 심판해야 한다.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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