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근의 자투리 생각] 도시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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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요즘은 선거철이다. 거리마다 유세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크게 두 가지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나는 기초시설 등 도시의 하드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지역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노리는 동시에 생활 편리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복지, 교육, 취업, 문화 등 소프트 인프라에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즉 부동산 계층의 이익과 취향에 맞추어 공약을 내놓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도시에 황금 옷을 입히는 것이다. 공약대로 된다면 건물은 더욱 높아지고 지하철과 버스는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거기에 첨단산업까지 유치한다면 금상첨화일 테다. 그러나 장례식장과 납골당 같은 시설 도입을 수용한다면 선거는 그 자리에서 망할 것이다.

선거는 도시 디자인하는 정치적 행위
도시는 경제적 생태적 운명 공동체
지역 넘어 부산 전체 보는 혜안 필요

선거는 도시를 디자인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이다. 도시가 정치이고 도시가 경제이다. 집합적 소비재로서 도시의 공공기초시설과 대규모 주택단지, 문화오락시설, 자유경제발전지역, 그리고 부산의 오랜 선거의 이슈인 신공항 건설 등도 모두 정치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성실하게 지역구 주민들의 민심을 살피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정치인들은 또 지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날카롭게 파고드는 능력이 있다. 그들은 지역민들이 무엇을 소비하는지 알고, 부산이 무엇을 소비하는지 알고 있다.

부산은 넓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다. 또 요즘 같은 선거기간에는 벚꽃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산도 갖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이 같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은 심미적 가치는 높지만 금전적·상품적 가치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정치인들은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와 산비탈이 부동산적 가치에 연결되게 함으로써 표를 얻는 데 진력할 수밖에 없다.

부산 남구 주민들은 낙동강 하류의 생태나 경제발전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남구민들은 남구의 유엔공원, 평화의 거리, 대학 밀집 지역 등에 대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국회의원 후보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낙동강 하류의 문제는 강서구, 사하구 주민들의 문제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부산의 정치, 경제는 전체가 연결된 하나의 덩어리다. 한 곳이 망하면 부산 전체가 휘청이며 부산의 도시 회복력은 영영 상실될지도 모른다. 마치 코로나19 사태가 남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강서구, 사하구를 포함한 부산 모두의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

부산의 정치인들은 이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품격에 따라 부산이라는 도시도 그만큼의 품격을 갖게 된다. 자신의 지역구뿐만 아니라 부산 전체를 바라보는 혜안을 갖기를 바란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사안이다.

광안리와 해운대 해변이 비록 멋진 풍광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금정산성의 멋진 위풍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부산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는 것이다. 부산은 산과 강, 바다가 연결되어 하나의 부산을 만들었다. 이들은 각각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부산의 소중한 자산들이다.

총선이 코앞이다. 코로나19로 전에 없는 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부산 시민들은 부산의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하지만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는 어머니와 같은 부산의 생태자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예술·문화인들, 외국인 노동자 등 다소 소외된 곳에서 부산을 멋지게 디자인하는 이들까지 포용해야 한다. 예술, 문화, 노동, 소비는 지역 경계가 없다. 남구에 살지만 감천문화마을에 가서 소비할 수 있고, 해운대에 쇼핑을 할 수 있고 금정산에 가서 막걸리를 먹을 수 있다. 심지어 부산에 속하지만 육지도 없는 망망한 바다에서 낚시를 하면서 여가를 보낼 수도 있다.

부산을 조각조각 지역구로 나눠 먹는 표밭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적 발상은 바뀌어야 한다. 지역구마다 각자 아름다운 미래 풍경을 보여 줄 수는 있지만 이것이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개개의 모자이크에 그치는 순간, 전체 부산의 이미지는 망가질 수 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품격 있는 부산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서로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각 지역구의 주민들도 내가 사는 지역과 네가 사는 지역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보다 넓고 더 큰 부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체 부산이라는 관점에서 각자의 지역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부산이 변한다.

부산은 도시 운명 공동체이다. 특정 지역에 황금 옷을 입힌다고 부산 전체가 품격 있어지는 건 아니다. 정치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전체로서 하나를 인식하는 품격 있는 의식을 가질 때 그 도시의 진정한 품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내일은 그런 부산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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