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예고된 참사 부실 대응 역대 최악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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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가 늘어나는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의 가매장지로 검토하고 있는 하트섬 전경. 과거 교도소와 정신병원 등이 설치된 적이 있는 이곳은 현재 100만 구에 이르는 빈민들의 시신을 매장하는 공립묘지로 사용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섰고 환자 수는 36만 명을 넘겼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한국시간으로 7일 오후 6시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를 1만 993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2월 29일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지 37일 만이고, 사망자가 1000명을 넘긴 3월 25일 이후 12일 만에 10배로 증가한 것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7만 4870명)의 7분의 1에 해당한다.

“보건·경제 악영향 역사적 수준
계속된 경종 묵살 중대한 실책”
한국 대응과 비교 ‘대망신’ 규정
미국, 37일 만에 1만여 명 사망
뉴욕 감염·사망 증가 폭은 둔화

이 같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최악의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비판이 미국 유력지에서 제기됐다. 역사학자이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맥스 부트는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부실대응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단정했다.

부트는 코로나19가 미국 보건과 경제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이 역사적 수준이라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최근 2주간 신규실업 청구건수가 1000만 건에 달했고, 실업률이 13%까지 치솟아 1929∼1939년 대공황이 종식된 이후 80년 만에 최고라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10만∼20만 명이 숨진다면 매우 선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사망자 규모는 1945년 이후 미국의 모든 전쟁 사망자보다 많은 수준이다. 부트는 또 코로나19 사태를 미국 역사를 통틀어 볼 때 가장 명확하게 예고됐으나 막아내지 못한 참사로 규정했다.

또한 언론, 야당 정치인, 정부 관리들이 코로나19의 발병 초기인 올해 1월부터 쏟아내는 경종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묵살했다는 점을 중대 실책으로 거론했다. 게다가 부트는 미국과 달리 신속하게 대처한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인구 100만 명당 4명인데 반해 미국은 25명으로 사망률이 6배나 높다는 점 등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를 대망신으로 규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뉴욕주 등 일부 지역에서 가파르게 치솟던 코로나19 사망자와 입원 환자 수가 줄기 시작하면서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

미국 내 최대 확산지인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6일 브리핑에서 “신규 입원 환자와 중환자실(ICU) 입실자가 모두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좋은 신호들”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또 뉴욕의 감염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작동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뉴욕주의 하루 사망자는 4일 630명까지 치솟았다가 5일에는 594명, 6일에는 599명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다만 이전에도 신규 환자 증가 폭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적이 있어 이런 움직임이 추세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뉴욕주는 필수적이지 않은 사업체·점포의 휴점과 학교 휴교 조치를 이달 29일까지 연장했다.

또 뉴욕의 영안실과 묘지의 수용 능력을 넘어선 탓에 당장의 시신들은 공공부지에 일시적으로 안치되고 있다. 뉴욕시 인근 하트섬이 공공묘지 부지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곳에 100만 구 이상의 시신이 매장돼 있다고 CNBC 방송이 전하기도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존엄을 갖추고 종교적 절차에 따르겠지만, 다만 임시로 매장을 하고 나서 유족들과 적절한 안치 장소를 협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택 대피명령 시행 지역이 43개 주와 워싱턴 DC로 확대된 미국은 또한 계속된 의료 물자 및 장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일부 병원이나 의료법인에서 3∼4일이면 마스크·장갑 등 의료용 개인보호장비가 동날 상황”이라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국가전략비축량으로부터 받은 의료물자가 요청했던 것의 작은 일부에 불과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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