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해수욕장 핫초코 좋아했던 한국전 참전 미군 부산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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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6·25 참전용사인 고 보이드 왓츠 씨의 유해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마시는 핫초코를 좋아했던 한국전쟁 참전 미군 용사가 부산에서 영면했다.

7일 부산 남구 유엔평화공원 참전용사 묘역에 고(故) 보이드 왓츠 씨가 안장됐다. 그는 지난달 11일 8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참전 용사가 사후 유엔기념공원에 개별 안장된 사례는 왓츠 씨가 11번째다.

故 왓츠 씨 유엔기념공원 안장
“해운대 탱크부대 근무” 자부

왓츠 씨는 1932년 미국서 태어나 18살 때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주한미군으로 부산·의정부 등에서 근무했고, 한국인 부인 이화자(86) 씨와 가정을 꾸려 두 아들을 뒀다. 1991년 24년 만에 부산을 찾은 후 거의 매년 부산을 방문했다. 2014년부터 왓츠 씨는 부인과 함께 해운대에서 살았다.

고인의 큰아들 정병한(62) 씨는 아버지 왓츠 씨가 2006년 부산진구 ‘하야리아 부대’가 없어졌을 때 가장 아쉬워하셨다고 회상했다. 왓츠 씨는 하야리아 부대에서 미군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정 씨는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탱크 부대에서 근무했고, 누구에게도 이 얘기를 할 정도로 자랑스러워하셨다”고 전했다. 또 그는 “아버지가 한국전 당시 산더미 같이 많은 시체를 트럭을 이용해 현재의 유엔기념공원 자리로 옮겼다”면서 “특히 최근 유엔공원에 들러서는 ‘미군이 많이 죽었는데, 깨끗하게 잘 돼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 여기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왓츠 씨는 평소 도시철도를 이용해서 부산 곳곳을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한번은 남포동에 가려다 발음이 비슷한 노포동으로 간 적도 있다고 아들 정 씨가 소개했다.

이날 안장식에는 부인 이화자 씨를 포함한 유가족, 미군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기도사를 시작으로 추모사, 헌화 등이 진행됐다. 유족에게 성조기가 전달될 땐 주위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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