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학대의 또 다른 모습 반려동물 자가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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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부산수의사회 부회장

지난달 부산 수영구의 한 주택에서 고양이 불법생산업을 하다 적발된 일명 ‘고양이 공장’ 사건과 관련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는 시중에서 산 일회용 주사기와 동물용 백신을 고양이에게 여러 차례 주사하는 등 무자격 진료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을 무면허 진료, 동물 학대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부산 남부경찰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앞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불법 자가 진료행위 관련 제도 개선 건의’라는 공문을 보내 △무자격 진료행위가 수의사법 위반이라는 사실에 대한 대국민 홍보 △일반인 대상 백신 등 무자격 진료행위 위험성이 큰 의약품 판매 제한, 백신 등 주사는 동물병원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제 강화 △무자격 진료행위 신고 및 계도기간 운영 등을 요청했다.

무면허 진료는 일반인이 동물약국에서 반려동물 백신과 주사기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 동물 진료행위(자가 진료)가 수의사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2017년 7월부터 법적으로 반려동물 자가 진료가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가 진료를 하다 동물이 사망하거나 위험에 처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 자가 진료는 또 다른 형태의 동물 학대가 될 수 있다.

2013년 8월 지정된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에 일부 단체의 반대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2·3종 복합 백신은 지정됐지만, 위험성이 가장 높은 반려견 4종 종합 백신(DHPPi)과 고양이 사독백신 등이 제외되면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비중이 60% 이상 되는 인체용 의약품과 달리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은 아직도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WHO(세계보건기구)와 OIE(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중요 관리대상으로 지정한 일부 항생(항균)제 및 부작용 우려가 큰 몇몇 동물용 의약품이 처방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아 수의사 처방 없이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확대 지정을 반대하는 모습이 유감”이라며 “반려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약을 팔기 위한 매개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 의약품 확대 논의를 앞둔 지금 반려동물 자가 진료가 불법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익단체들의 주장이 아닌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개정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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