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봉쇄 빗장 푼 첫날 6만여 명 ‘액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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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열차 운행을 재개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기차역에 방호복을 입은 승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서는 이날 두 달간의 봉쇄 끝에 외부로 나가는 첫 열차가 운행에 들어갔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의 우한에서는 봉쇄 조치가 풀렸다. 지난 1월 23일 도시가 전격 봉쇄된 지 76일 만이다. 중국 정부는 우한 주민들에게 “봉쇄 해제가 방역 해제는 아니다”며 최대한 역외 이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지만, 봉쇄 해제 첫날 주민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됐다.

中 정부, 76일 만에 봉쇄 해제
기차역·고속도로·공항 등 인파
6만여 명 중국 각지로 흩어져
주민들 역외 이동 부작용 우려
방역 혼선, 무증상 감염 가능성

중국 후베이성 정부는 8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우한에서 외부로 나가는 교통 통제를 풀었다.

900만 명이 고립됐던 우한의 봉쇄 해제는 시진핑 지도부가 전면에 나선 ‘코로나19 인민 전쟁’의 종식 선언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코로나19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는 세계 각국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일본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긴급사태에 돌입한 시점에 봉쇄 해제라는 점도 묘하게 대비된다.

이날 봉쇄가 풀리면서 항공기와 기차 운영이 재개됐다. 우한 주민은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휴대전화 ‘녹색 건강 코드’를 갖고 있으면 우한 밖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통제가 풀린 0시부터 우한의 기차역과 고속도로 톨게이트, 공항에는 우한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녹색 건강 코드와 목적지, 지방 정부의 허가증 등 관련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SNS에도 승객들이 열차 좌석을 가득 메운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이날 하루 우한을 떠나 중국 각지로 향하는 사람 수가 최소 6만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의 수산시장에서 의문의 폐렴 환자들이 속속 나오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가 우한을 좀 더 일찍 봉쇄하지 않아 중국 내 다른 지역과 전 세계 확산의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한시 측은 “봉쇄 해제가 방역 해제를 뜻하는 건 아니며, 통제나 경보도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다”고 밝히며, 우한을 떠나야 하거나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시민들을 빼고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국 당국도 봉쇄 해제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우한시는 주택단지에 대한 폐쇄식 관리를 계속하고 모든 학교의 개학을 연기하는 등 1등급(최고 등급) 방역 체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우한의 봉쇄가 전격 해제됐지만, 앞으로 우려와 난관도 적지 않다.

우선 우한 봉쇄 해제 후 건강 인증을 받고 역외로 빠져나가는 주민들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수 있어 확산의 우려가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한 포비아’도 우려된다. 우한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갔을 경우 중국 정부의 지침에도 다른 지역 주민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외로 이동한 주민들의 격리 조치 여부에 대한 정부 지침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방 정부의 방역 규정이 제대로 통지되지 않아 혼선을 빚기도 했다. 베이징으로 복귀하는 한 우한 주민은 웨이보에 “베이징에 복귀하려면 우한에서 7일 내 핵산 검사를 받고 베이징에 도착해서 또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통지를 어제 저녁에 받았다”면서 “출발 하루 전에 이런 통지를 받아서 열차에 탑승하긴 했지만, 베이징에 도착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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