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논란 극복한 ‘유리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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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문학 기행] 7.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루브르박물관 입구인 유리 피라미드 앞에 많은 관광객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입구는 ‘유리 피라미드’다. 지금은 루브르박물관의 상징이 됐지만, 건설 당시에는 프랑스에서 엄청난 찬반 논란은 물론 인종 차별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중국계 미국인 이오 밍 페이가 설계
1980년대 완공된 박물관 새 출입구

1980년대 초 루브르박물관은 몰려드는 외국 관광객 때문에 출입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건축 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던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새 출입구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에게 사업을 맡겼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도서관, 댈러스 시청 등의 건축물을 설계해 미국에서 스타 건축가로 이름을 얻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오 밍 페이가 1984년 건축 설계안 발표회에서 마름모 모양 유리 603개, 삼각형 유리 70개와 강철을 사용해 삼각형 모양인 유리 피라미드를 건축하겠다고 발표하자 프랑스는 발칵 뒤집혔다. 싸구려 유리로 루브르박물관과 파리의 이미지를 망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파리의 건축 평론가들은 유리 피라미드를 “피부 깊숙이 박힌 암세포”라고 질타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피가로>는 ‘야만적인’ 건축 설계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당시 루브르박물관 관장이었던 앙드레 쇼바드는 항의의 뜻으로 사임했다.

이오 밍 페이가 파리 시내를 걸어가면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분노의 시선을 던졌다. 유리 피라미드 건축 회의를 할 때는 다른 참석자들이 인종 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사실에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테랑 대통령의 전폭 지지를 받아 유리 피라미드는 완공됐다. 지금 유리 피라미드는 수백만 관광객의 박수를 받는 건축물이 됐다. 예술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유리 피라미드에 “엄청난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르피가로>는 유리 피라미드 준공 10주년 기념일에 작성한 기사에서는 ‘천재성이 돋보이는 부속 건축물’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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