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 반환점, 분신 같은 앨범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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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맞은 가수 신승훈

데뷔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신승훈. 신보에는 그의 자화상 같은 8곡이 실렸다. 도로시컴퍼니 제공

1990년 가을, 첫 앨범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신승훈(54). ‘아이 빌리브’ ‘보이지 않는 사랑’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음악 외길을 걸어온 그가 데뷔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를 낸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그는 “음악 인생 반환점을 맞은 시기에 ‘명함 같은 앨범’을 준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기념 앨범 ‘마이 페르소나’ 발표
‘그러자 우리’ 등 총 8곡 담아
“발라드는 나를 있게 한 장르
새로운 음악 실험 계속할 것”

신보에는 자화상 같은 8곡을 담았다. 더블 타이틀 곡 ‘그러자 우리’와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를 비롯해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랑, 어른이 되는 것’ 등이다. 이 중 타이틀 곡을 포함한 여섯 곡은 신승훈이 직접 작곡했다. 신승훈은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가 송강호 배우라면 내겐 음악”이라며 “데뷔 30년을 맞아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분신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음악을 멜로디와 악기를 입혀 선보이고 싶었다”며 “기념 앨범이라고 해서 과거 노래를 리메이크해 흔적 찾기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신곡 중심으로 꾸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신보에는 첫 소절만 들어도 그의 노래임을 알아챌 수 있는 곡들로 가득하다. 신승훈 특유의 서정적인 목소리에 잔잔한 발라드가 어우러져 슬며시 귓가를 파고든다. 1집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시작으로 7집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까지 7연속 10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 누적 판매고 1700만 장을 올린 ‘발라드 황제’답다. 그는 “발라드는 나를 있게 한 고마운 장르이면서 족쇄가 될 수 있는 애증의 관계”라면서도 “신승훈 하면 발라드를 떠올리시는 건 30년간 자기 색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제게 대중이 주는 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음악 실험을 정말 많이 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뉴 잭 스윙도 하고 디스코인 ‘엄마야’도 있었죠. 하지만 대중 기억 속의 ‘신승훈’에 대한 좋은 순간은 발라드를 부를 때였던 것 같아요. 예전엔 ‘국민 가수’로도 불렸는데 지금은 어린 친구들이 절 잘 몰라 반납한 지 오래됐어요.(웃음)”

신승훈은 지난 30년 동안 음악 외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상업광고를 모두 거절하고 음악으로만 대중과 소통했다. 그는 “누군가는 제가 TV에 잘 안 보여서 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얼마 전에도 광고 제안을 받았는데 안 하기로 했다. 고지식해 보일 수는 있어도 음악을 하는 동안은 진정성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읊은 노래로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슬럼프도 있었단다. 신승훈은 “음악에 대한 날 선 비판에 고민이 깊어진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 음악을 지키면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으려고 했다”며 “여러 형태의 외로움도 찾아왔지만, 잘 이겨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해 한 해 꿋꿋이 점을 찍으면서 나만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에 제 노래가 한 곡 정도는 자리하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달 시작 예정이었던 그의 30주년 기념 전국 투어는 코로나19 여파로 6월로 미뤄졌다. 신승훈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더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했다.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든 앨범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자신은 여전히 ‘아티스트’를 꿈꾸는 가수이자 프로듀서라는 겸손한 말을 곁들인다.

“아티스트란 다른 장르와 비교해도 견줄 만한 사람이에요. 비디오 아트에 백남준이 있다면 대중음악에는 누가 있을까요. 조용필 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티스트는 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되는 게 아니잖아요. 훗날 제가 죽더라도 음악을 들으면 바로 ‘아, 신승훈이네’하고 알 수 있길 바랄 뿐이에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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