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유권자다운 투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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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비교공법학회장

4월 15일, 우리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를 치른다.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에게 선거는 중요한 의미이다. 우리 국민은 직접 국회에 나아가 정치를 하는 대신 우리 뜻이 반영된 선거 결과로 국회를 구성하고, 그러한 국회 구도 하에 4년간의 의정 활동이 전개될 것이다. 국회처럼 합의제기관의 경우에 구성 구도는 의정 활동의 출발점이고, 다수를 차지하는 측은 우위적 입장이 된다. 선거를 통해 표출된 국민의 의사에 기반한 국회 구도는 이처럼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우리는 유권자답게 선거를 치러야 하고, 그 선거 결과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두 종류의 의원으로 이뤄진다. 전체 300석 가운데 253석은 각 선거구에서 지역 주민들이 뽑은 ‘지역구 의원’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47석은 정당 지지율에 따라 각 정당이 선발한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배분, 선출된 비례대표 의원이 차지한다. 두 종류의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라는 점에서건, 권한과 의무에서건 차이가 없다.

사표 줄여 민심 반영할 비례대표제
1963년 국내 첫 도입 후 변천 거듭

우여곡절 끝에 도입한 ‘준연동형제’
비례대표제 폐해 공정·투명성 의심

비례정당 명부상 후보 면면 잘 살펴
‘정당 지지=공천 지지’ 아님 보여줘야

지역구의 당선인 결정에는 선거구마다 최다득표자 1인을 선출하는 상대다수대표제 방식이 적용된다. 따라서 당선인 결정에 반영되지 않은 사표(wasted vote)가 적잖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표되지 않는 소수의 사표를 줄임으로써 민의에 입각한 국회 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이 비례대표 선거제였다. 19세기 후반 벨기에의 법학자 빅토르 동트가 고안했던 비례대표제는 전 세계적으로 소선거구제보다 더 폭넓게 채택돼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도 시행상의 폐해들이 있을 수 있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고, 방식도 무척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비례대표는 1963년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 전국구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시작되었다.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정당의 득표 비율에 따라 전체 의석의 1/4(44석)을 배정했다. 이후 1973년 폐지되고 1981년 다시 도입되는 등 시기에 따라서 변동이 컸다. 1996년과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하거나 유효투표의 5/100 이상을 득표한 정당은 득표 비율에 따라 전국구 의석을 배분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배분 방식이 2001년 위헌결정을 받았고, 2004년부터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배부받아, 한 장은 지역구 의원 선거에 또 한 장은 정당에 투표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우리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개정 선거법은 비례대표 의석 47석 가운데 30석에 대해 연동률 50%를 적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로 위성정당을 만든 정당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현행 비례대표제는 유권자가 정당 명부상의 후보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폐쇄형 명부제이다. 즉 명부상의 후보 순위가 전적으로 정당에 의해 결정되는 방식이다. 여성, 장애인,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 및 다양한 직능의 대표성을 정당이 인위적 배정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후보 공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될 경우 의미를 잃는다.

그동안 우리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의 폐해로 지적돼 온 것이 후보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한 것이었다.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공천관리심사위원회가 있다고 해도 당원이나 유권자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하고 주로 중앙당 중심의 후보자 추천과 선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 1월, 국회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민주적 심사 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하도록 하고, 이러한 추천 절차의 구체적인 사항을 당헌·당규 및 내부규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절차를 위반할 경우 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을 모두 무효로 하는 개정 내용이다. 하지만 공천관리심사위원회 결정과 중앙당 최고위원회 결정이 충돌을 빚었던 얼마 전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이 개정 조항은 비례대표 선거의 후보자 공천 과정을 민주화하지 못했다.

개정 선거법에 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석 배분 방법을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정당투표는 어떤 식으로건 그 내용에 따라 의석 배분에 반영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유권자들이 해야 할 일은 지역구 선거에서 각 후보의 인물됨과 관련 자료를 살펴보듯이, 비례대표 선거를 위해 각 정당이 제출한 명부상의 후보들을 면면이 살펴봐야 한다. 정당에 대한 지지가 바로 정당 공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당 스스로 후보자 공천의 민주화를 진정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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