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58.‘실재와 가상’ 혹은 사회적 공포에 대한 은유, 이용백 ‘깨지는 거울-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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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1966~)은 한국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독일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2011년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용백은 백남준의 제자가 되기 위해 독일에 갔지만, 백남준이 교수직을 은퇴해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백남준과의 만남을 통해 그의 정신 세계에 깊이 매료됐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은 이용백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백남준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는 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싱글채널 비디오, 인터랙티브, 사운드 아트, 로보틱스 등에 이르기까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예술실험을 통해 전자매체 시대 특유의 상상력과 문화적 쟁점을 표현해 왔다.

‘깨지는 거울-클래식’은 커다란 거울 뒤에 LCD모니터를 배치하여, 거울에 비친 실재 이미지와 거울이 깨지는 영상이 오버랩되도록 한 작품이다. 2008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작에 속하는 작품으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나가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작가의 상상력과 테크놀로지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으로 투사와 반사라는 영상매체의 특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2011년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전시가 됐으며 이용백의 초기작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자주 거론된다.

관객이 작품 가까이 다가가면 갑자기 자신을 비추고 있었던 거울이 총탄에 의해 깨지는 영상과 파괴적인 사운드가 함께 나타한다. 반사된 이미지와 투사된 영상이 겹쳐지면서 관객은 실재와 가상이 혼재된 혼란을 경험하며 동시에 위력적인 사운드로 인해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은 ‘실재와 가상’이라는 전통적인 미디어아트의 문제의식을 극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 사회의 일상에 스며있는 ‘공포’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조각·영상·퍼포먼스·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능숙하게 사용하면서, 날 선 문제의식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융합하는 탁월한 미디어적 감각을 소유한 작가이다.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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