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배달의 동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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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배민)’이 수수료 부과 방식을 월 정액제에서 성사된 주문마다 요금을 받는 정률제로 바꾸려는 행태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업주들은 그동안 매달 총매출액의 6.8%를 냈다. 이달부터 주문이 성사되는 건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체계로 바꾸려는 취지는 언뜻 보면 부담을 줄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업주들이 이전과 같은 수준의 노출을 유지하려면 광고비가 급격히 늘어나도록 바꾸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이 크게 늘었는데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갈수록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배민이 지난해 연말 배달앱 점유율 2,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며 시장 점유율 99%를 달성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수수료 인상은 음식 값 인상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독점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권까지 나서자 물러서는 모습이지만 독과점 횡포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민과 요기요 합병 건에 대하여 이번 사태까지 잘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별도의 공공배달앱을 처음으로 선보인 지자체는 전북 군산시라고 한다. 군산시는 가맹비, 중개 수수료, 광고료가 없는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운용하고 있다. 경기도까지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며 공공배달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부산 남구도 공공 배달서비스 플랫폼 ‘착한 배달 남구’를 개발해 하반기부터 서비스한다는 소식이다. 부산시와 수원시를 비롯한 30여 곳의 지자체가 개발을 타진하고 있다니 공공배달앱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앱 개발에 뛰어들 일은 아니다. 배달 하나만으로 시장 점유율 99%의 선발업체 배민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선구자 격인 군산시도 ‘배달의 명수’를 종합쇼핑 공공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지역화폐인 ‘인천e음’은 지난해부터 전화주문앱은 물론이고 790개가 넘는 인천 지역 업체를 수수료 없이 입점시킨 ‘인천e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은 현재 50만 명이 가입하며 순항 중이다. ‘월 한도 100만원 캐시백 10% 지급’ 기간이 이달 말로 끝나도 인기가 유지될 수 있을까. 동백전도 인천처럼 배달과 쇼핑몰을 결합해야 오래 꽃 피울 수 있다. ‘깡통 동백전’을 스마트하게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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