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 봄, 그곳으로 성큼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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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디지털에디터

홀로 여행한 이에게 섬진강 벚꽃길이 너무 예쁘다고 문자가 왔다. 지난 주말 꽃구경 자전거 라이딩을 계획했지만, 기간이 연장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려 전격 취소했다. 아직은 서로가 조금 더 떨어져 있어야 할 때이다.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마스크와는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 요즘은 다들 마스크 사기가 다소 쉽다고 한다. 긴 줄이 늘어서고 몇 시간을 기다려 사던 불과 몇 주 전 마스크 대란 시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5부제로 마스크 사기가 한결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성가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최일선 방어벽인 데도 기회만 있으면 벗고 싶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최선의 선택
하염없이 지나는 봄날 아쉽지만
소중한 한 표로 미래를 선택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걸 뒤늦게 알고 황망하게 집으로 다시 돌아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껏 착용하는 시간이라야 집에서 주차장까지, 차에서 내려 사무실까지로 짧지만 마스크가 손에 없으면 ‘멘붕’이 온다. 입구에서 분무 소독과 발열 체크하고 입성하는 사무실은 나름 해방구. 마스크를 깜박하는 경우가 잦아 차와 외투 주머니에 비상용으로 두었다. 든든하다.

봄바람에 벚꽃잎이 꽃비처럼 내린다. 봄기운이 하루가 다르게 진하다. 여기저기 꽃 소식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집에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에 지쳐가던 사람들이 바깥나들이를 감행한다. 4월 7일 신문의 날은 신문 종사 언론인의 명절이자 휴일이라 쉬었다. 평소라면 평일이라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이날 동네 뒷산 산책길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북적댔다.

산책로가 한적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은 산책로 입구부터 여지없이 무너졌다. 처음 몇 번은 산책길에서 사람이 가까이 올 때만 주머니의 마스크를 꺼내 잠시 썼다가 사람이 지나가고 나면 벗었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 또 사람을 만나게 되니 마스크를 아예 쓰고 있어야 했다.

산책길에서 만난 상대방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서로 인기척을 느끼고 발견하게 되면 우선 멈춰 서서 마스크를 주섬주섬 꺼내 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등산로의 풍경도 코로나19로 확 바뀌었다.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총선 선거운동 풍경도 180도 달라졌다. 악수하고 명함을 주고받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선거운동 방식에서 SNS 문자를 활용하거나, 동영상으로 어필하는 것이 대세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후보는 마스크 속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 주고 싶은 생각에 반찬가게에서 주로 사용하는 조리용 투명 마스크를 끼는가 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원들이 마스크 바깥쪽에 후보자의 이름과 기호를 새겨 넣는 방식도 일반화되었다.

어떤 지자체는 꽃축제를 취소한 대신 현장의 멋진 꽃 사진을 엮어 온라인으로 제공해 호응받았다. 가정에서 직접 하는 요리를 찍은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쑥쑥 올라가고, 젊은이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친구와 대화하며 게임을 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달라진 세상 풍경이다. 어쩌면 후대 역사학자들은 ‘2020년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사회관계망이 획기적으로 확산하고,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달했다’라고 기술할 수도 있겠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 아직은 백신도 없는 바이러스의 창궐 속에서도 세상은 많이 변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시련일지도 모른다. 고통은 망치질처럼 사람과 집단을 단련시킨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우리가 원치 않았지만, 세상을 바꾸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국민의 대표들을 바꿀 기회다. 바이러스도 정치 변화의 기운을 막지 못했는지 이번 총선 투표 열기가 20년 새 최고라고 한다.

낡고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 저마다 옳은 선택을 한다면 새롭게 달라진 세상을 가져올 수 있다. 때맞춰 지역에서는 오래 활동했던 정치 중진들도 줄줄이 불출마하며 변화의 텃밭을 일구어 놓았다. 이 밭에 새로운 씨앗을 심고 가꾸는 것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다.

<부산일보> 온라인 매체 부산닷컴(Busan.com)은 독자들의 바른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더 쎈터뷰’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영상은 부산닷컴과 유튜브, 네이버TV에서 언제든지 무한정 볼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투표소 가기가 걱정된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방역을 최우선한 부산 선관위의 ‘달라진 투표소’도 영상으로 찍었다.

자 이제 그곳으로 성큼 달려가자. 우선 10일 오전 6시부터 11일 오후 6시까지 2일간만 18세 이상인 국민(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은 사전투표할 수 있다. 가서 우리 미래를 선택하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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