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비상 상황, 건강권·참정권 모두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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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탓에 자가격리돼 4·15총선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유권자에 대해 총선 당일 한시적으로 이들의 자가격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만하다. 감염병 예방 차원의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권이야말로 국민이 가진 가장 중요한 참정권으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8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이 밝혔듯 자가격리자에게도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현행법상 코로나19 자가격리자는 투표할 방법이 없다. 지지난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감염병 의심자가 자가격리나 입원 치료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됐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택에서 투표가 가능한 ‘거소투표’ 대상자에도 자가격리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제 겨우 국내 신규 확진자가 50명 안팎으로 유지돼 긍정적인 신호로 보이는데, 4000만 명 이상 참여하는 투표 활동을 통해 자칫 확진자가 급증하는 ‘제2차 파도’라도 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더 고심하고 노력해 자가격리자가 어떻게든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재외국민 이어 자가격리자 투표 제한
감염 위험 최소화하되 참정권 보장을

중요한 것은 건강권만큼이나 참정권도 중요하다는 점이고, 투표 과정에 추가로 발생하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어떻게 갖추느냐이다. 현재로선 자가격리자용 특별 사전투표소를 설치해 일반 유권자와 동선을 나누는 방안과 자가격리자의 투표 시간을 정해 일반 투표자와 시간을 나누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자가격리자 특별 교통편 제공 같은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자가격리 조치 자체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개인의 희생인 만큼 투표 기회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각 지자체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앞서 끝난 재외국민 투표에서 부득이하게 8만여 명의 재외국민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하지만 더 이상의 국민 참정권이 침해받는 사례가 이어져선 안 된다. 이미 이달 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면서 자가격리 대상자는 약 5만 명에 달한다. 하루 입국자 수가 5000~6000명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까지 1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 부산서도 연일 기록을 경신해 해외입국자 2567명을 포함해 3000명에 육박한다. 유권자 수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국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 노력은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 건강권과 참정권, 두 가지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묘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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