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센텀 대심도 비상탈출구, 공기 단축 위한 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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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시민 안전을 이유로 강행하는 동래구 온천천 옆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이하 대심도)’ 비상탈출구(지상대피통로)가 공기 단축을 위한 ‘꼼수’로 드러났다. 국토부의 ‘도시지역 지하도로 설계 지침’상에 의무시설이 아닌 비상탈출구를 시가 고집한 이유는 굴착 공사 편의를 위한 수직갱 추가였다.

국토부의 설계지침 등에 따르면 이 대심도 비상탈출구가 등장한 건 2017년이다. 사업제안자 ‘GS 컨소시엄’이 2015년 12월에 부산시에 제안한 당시 설계도에는 이 비상탈출구가 없었다.

당초 설계도엔 아예 없었고
터널 내 피난 통로 40개 있어
시공사도 “공사 위해 필요” 시인
부산시 안전 핑계 거짓 드러나

“주민 반발 님비 치부하더니…”
낙민동비대위 市·시공사에 분통


비상탈출구는 2017년 11월 시와 시공사가 만든 노선도부터 등장한다. 노선도를 보면 동래구 낙민동 해당 위치에 있던 공기정화시설2가 부산환경공단본부 수영사무소 옆으로 옮겨가고, 문제의 비상탈출구가 여기에 배치됐다. 이에 따라 굴착 공사에 활용하는 수직갱이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늘어났다. 부산시는 “협의 과정에서 아파트 밀집지역에 공기정화시설이 들어서면 민원이 빗발칠 것으로 보고, 이를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심도 비상탈출구는 지름 13m, 지하 88m를 뚫는 공사다.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해 비상시 탈출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공사가 진행되는 5년 동안은 토사를 퍼내고 굴착 인부들이 오가는 출입구로 활용된다. 비상탈출구 지하에 집수정과 배수펌프가 설치될 예정이다.

비상탈출구 주변은 상습침수 지역인 데다 아파트 7000세대가 밀집한 부산의 대표적 주거지다. 게다가 이 지역은 북구와 해운대구를 직접 연결하는 대심도가 개통이 되어도 전혀 수혜를 받지 못한다. 낙민동 아파트연합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누가 봐도 공기 단축을 위해 수직갱을 추가하는 공사임에도 부산시와 시공사 측은 안전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주민 의견을 ‘님비’로 치부했다.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실상 수직갱 공사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그동안 ‘유사시 골든타임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소방심의위원회의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논리에 맞지 않거나, 거짓으로 확인됐다.

설계상 지상 탈출이 가능한 구역이 5곳이나 된다. 공기정화시설 2곳에다 만덕·중앙·센텀IC 3곳도 비상시에 지상으로 통하는 탈출구 역할을 한다. 게다가 대심도 내에 화재 등 사고 때 옆 터널로 이동하는 피난연결통로도 180~250m 간격으로 40개나 설치된다.

또 소방심의위원회는 비상탈출구 설치 결정이 완료된 2018년 2월에 열렸다. 당시 심의위에 참석했던 소방 관계자 역시 “2018년 소방심의위에서 소방 측이 수직 비상탈출구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재해 상황에서는 옆 터널로 이동하는 피난연결통로가 더 효과적이다”고 털어놨다.

특히 시공사인 ‘GS 컨소시엄’마저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문제의 비상탈출구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시공사 측은 “비상탈출구를 설치해 수직갱이 3곳이 되어야 겨우 예정된 공기 5년을 맞출 수 있다”며 “낙민동 주민들의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부산 시민 전체를 위해서는 이 공사가 빨리 끝나는게 좋다고 본다”고 답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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