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흑사병 100일’ 세계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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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8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의료지원팀에서 활동한 뒤 14일의 격리기간을 보내고 시안의 집으로 돌아온 한 의료진이 딸과 ‘마스크 입맞춤’을 하고 있다. 신화·AP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 1일 이탈리아 북부 한 병원에서 103세의 아다 자누소 씨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하면서 간호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화·AP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지 100일이 흘렀다. 9일 전 세계 확진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기준으로 한국시간 오후 6시 현재 152만여 명이다. 사망자 역시 8만 8000명을 웃돌아전파 속도는 물론 치명률도 높다. 유례없는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에 직면한 지구촌은 패닉에 빠졌다. 전 세계에 코로나19 ‘안전지대’는 없으며, 심지어 바이러스의 종착점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전파 속도 빨라 안전지대 사라져
국경 봉쇄·이동제한 초강수 무위
감염 150만 명, 사망 9만 명 근접
대응 제각각…미국·유럽 피해 커
세계 인구 3분의 1이 자택 격리
초유의 일상생활 변화·충격 경험
종식 시점 안갯속 불안한 미래

■확진 50만 명→150만 명 되는 데 2주

‘우한에서 원인 모를 폐렴이 돌고 있다.’ 코로나19는 이처럼 인터넷에서 먼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속출하자 지난 2003년 중국을 강타했던 제2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한 공포가 번졌다. 사스 때는 총 37개국에서 774명이 사망했으니 코로나19를 한참 과소평가한 셈이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훨씬 참혹하다. 지난 3월 26일까지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50만 명을 기록했다.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86일 만이었다. 세계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며 초강수로 대응했지만, 확진자는 그로부터 일주일 후 100만 명으로, 다시 일주일이 지나자 150만 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는 이같은 빠른 확산 속도와 파급력으로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불렸던 스페인 독감이나 흑사병에 비견되고 있다.



■세계 인구 3분의 1이 발 묶여

각국은 확산을 억제할 최선의 수단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외치며 인구의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우한에서 사망·확진자가 급속하게 불어났지만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거나 마스크와 의료장비를 확보하는 등의 각국 대응은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WHO 역시 지난달 11일에야 팬데믹을 선언해 골든 타임을 실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팬데믹에 대한 글로벌 컨트롤타워의 부재 속에 같은 위기를 앞에 두고 국가별 대응은 엇갈렸다.

초기 감염된 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은 초반부터 강력 대응에 나서 성과를 거둔 반면 뒤늦게 코로나19가 상륙한 국가들, 특히 선진국으로 불리는 고소득 국가들의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특히 미국은 1월 31일 2주간 중국 체류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같은 시기 이탈리아도 중국 직항편을 중단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미 바이러스에 뚫린 상태였다.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코로나19 감염 통계치만 놓고 보면 이들 국가가 중국을 훨씬 초월했기 때문이다. 국가별 확진자는 9일 현재 미국이 43만 5160명(사망 1만 4797명)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중국, 이란, 영국, 터키, 벨기에 등의 순이다.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막판까지 노력했던 일본은 공교롭게도 올림픽 연기 결정 이후 하루 수백 명씩 감염자가 늘어나자 급기야 지난 7일 긴급 사태를 선포했다.

국가별로 시간차를 둔 봉쇄 조치가 실행되자, 감염자를 넘어 사실상 전 세계인이 코로나19로 일상의 변화와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외신들의 집계를 보면 각국의 봉쇄조치 때문에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이동제한 조치 아래에 놓여 있다.

외출이 제한되고 필수 상품만 살 수 있게 된 데다가 종교행사나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학교에도 못 가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전 세계 학생들 중 91.3%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점 안갯속…유럽 일부 진정세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은 가장 큰 불안 요소다. 특히 기침이나 고열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로부터도 전염될 수 있어 ‘스텔스 바이러스’라는 별칭도 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부활절(4월 12일) 이후 경제 활동을 재개토록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망자가 늘고 보건의학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일단 이달 말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미국은 최근 며칠간 사망자 증가세가 주춤한 분위기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8일 폭스뉴스에서 “이번 주 이후로 우리는 전환점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며 확산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웠다.

또 유럽의 진앙이 된 이탈리아에서 7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39명으로 25일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감소세를 보이자 봉쇄 완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WHO는 “너무 일찍 병상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 병이 도지고 합병증을 갖게 된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코로나19는 여름에 약해지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과는 다를 것이라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는 데다 백신 개발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돼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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