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세 위축·미분양 공포… 부동산 경기전망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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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물경기 위축이 가시화하면서 부동산 경기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매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주택사업 전망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시민들 사이에서 ‘코로나발 부동산 쇼크’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HBSI 전망치 50선 붕괴
부산 이달 들어 42.8 머물러
아파트 값도 5주째 하락세
코로나 영향 매수심리 위축
잔금 부담 탓 급매물 나와

주택산업연구원이 9일 발표한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42.1로 전월 대비 8.9포인트 하락하면서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HBSI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건설사(공급자) 입장에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것이고, 100 미만은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설사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하반기 70~80선을 유지하던 전국 HBSI 전망치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51.0으로 떨어진 뒤 이달 들어 50선마저 붕괴됐다.

부산의 경우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부산은 지난해 11월 ‘해수동’ 청약조정대상지역 해제와 함께 부동산 경기 활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12월 HBSI 전망치가 120.5까지 치솟았다. 부산은 올 들어서도 1월(115.7)과 2월(96.5) 전국 평균을 상회하며 올해 주택 경기 호전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덮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3월 42.5로 급전직하한 후 이달 들어서도 42.8에 머물렀다. 성석동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산시회장은 “코로나 여파로 자금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분양 공포’가 확산되면서 사업 허가를 받아 놓고도 예정된 분양 일정을 미루거나 신규 사업 부지 매입을 주저하는 회원사들이 적지 않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완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행 지수뿐만 아니라 실물 지표인 아파트값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부산의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3% 떨어지며 5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로나 사태로 매수세가 꺾인 데다 실물경기 위축으로 향후 주택시장 침체가 가중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외지인 투기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렸던 부산의 고가 아파트들이 코로나발 충격파의 가장 약한 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지역 최고가 아파트인 해운대 엘시티더샵 전용면적 186.0㎡(75평)의 경우 지난해 말 기록한 종전 최고가에서 4억 원 가까이 내린 매물들이 이달 들어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해운대구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에다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까지 겹쳐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다 보유세 부담도 늘면서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돌아섰다”며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소유주들로서는 버틸 것인가 버릴 것인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인데, 이달 말로 예정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중심으로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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