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집에서 하는 집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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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 대표

코로나19가 만든 상황은 건축가의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태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므로 생각과 고민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 같다. 설령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주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몸으로 느낀 경험은 일시적 에피소드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집에 대한 건축가들의 보편적 지식은 꽤 진부한 것이었다. 조금씩 변해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집의 기능이 단란 휴식에 근거한다고 믿고 있다. 더하여 재화로서의 가치 즉 부동산의 관점에 동조한다거나, 하물며 자신의 예술적 목표를 향한 조형적 관점에 지나치게 열중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험은 몇 가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집은 과연 단란과 휴식을 위한 최종의 종착지이며, 재화로서 소유 보존의 가치는 지속할 것인가?

코로나19로 집에 대한 생각 변화
‘폐쇄된 집만이 안전’ 인식 확산
대면 접촉 대신 간접 소통 부추겨

‘집은 보호 위한 최후 보루’ 공상도 심각
무균·살균·소독 최우선 고려해야 하나
SF영화 속 미래도시처럼 될 수도

가족 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단란 휴식에 대한 일반적인 룰은 이미 붕괴하였다. 거실, 부엌, 안방, 아이방이라는 전통적 공간개념들이 파괴되고 좀 더 통합적이고 진보적인 논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일컬어 원룸 주택과 같은 형태는 모든 기능을 한 공간에서 통합하면서 집의 중요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는 마치 문화, 도서, 음악, 방송 등의 모든 콘텐츠를 스마트폰이라는 기계 하나에 집어넣는 방식과 통한다. 무엇보다도 편리하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여유 시간을 획득하고 사고의 자유를 확장한다. 오래전 진보론자들이 꿈꾸던 미래이다. 사람들은 생활을 컴팩트화 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한 지점에서 모든 삶을 멀티태스킹 한다. 늦기는 하지만 건축 또한 그 대열에 참여해야 할 상황이다.

나도 모르게 집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가 바뀐 것이고, 나는 이번의 사태로 그러한 집의 미래에 대하여 곰곰 생각해 본다. 오래전에 본 SF영화나 진보된 건축가들이 그린 미래도시의 모습이 현실화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몰려온다.

특히 이번의 경험은 폐쇄된 집에서만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짙게 만들었다. 질병의 전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면을 억제하고 간접 소통 방식을 부추긴다. 심지어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즐거움마저 빼앗는다. 사람들은 직접 식당을 방문하는 것으로부터 스마트폰을 통한 선택과 주문, 배달로 이어지는 시스템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집이 생물체로서의 인간이 보호받을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란 공상과 절박함에 있다. 마치 누에의 고치와 같은. 그렇다면 이제 집의 기능에 무균, 살균, 소독과 같은 기능들을 최우선의 고려해야 할 것인가? 그리하여 집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친환경의 인테리어와 주부의 집안 가꾸기의 방식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보건 당국의 통제하에 또 다른 시스템과 구조를 강요받는 매우 기계적인 형태로 바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수십 년 전, 메타볼리스트들이 예측한 캡슐이나 컨테이너 방식의 집으로 대체될 것인지? 공중에 매달도록 설계된 그 집들의 연결은 땅이 아니라 공중가로를 통해서만 가능하니 그야말로 미래도시이다.

그렇다면 이즈음 건축가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우리가 가진 집에 대한 보편적 개념은 타당한가이다. 심지어 땅으로부터 출발하는 재화로서의 집의 가치는 어떠한 미래를 지닐까? 진보란 개념의 탈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면, 여전히 갇힌 집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하는 나와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지 물어야 한다.

갇힌 집에서 하는 건축가의 생각이다. 이 공상은 매우 현실적인가 아니면 아직은 이른 생각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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