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15. 리조 ‘Cuz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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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음악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듣고 있는 대중음악은 대부분 서양의 12음계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듬의 경우 그보다는 더 많은 변화와 다양함이 가능하지만, 이미 들어왔던 기존 음악들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분명하지요. 그런데도 귀를 잡아끄는 새로운 음악은 여전히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합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얘기를 하고 대중음악의 유행 역시 그와 함께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 역시 사실이긴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유행의 쳇바퀴 안에 있는 음악이 우리를 사로잡는다고 하기에는 그 이유가 충분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뮤지션들은 ‘나 자신이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음악을 무척이나 즐겨 들어 왔고 자신이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강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한 뮤지션이 들려주는 최신 음악은 시간의 선상에서 본다면 분명 과거 시점의 음악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 뮤지션이 새 음악을 내놓는 순간 그것은 곧 현재가 되며 미래를 향하게 됩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래퍼인 리조(Lizzo)의 음악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주목받는 아티스트들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주지 않나 싶습니다. 리조는 2011년에 데뷔해 2016년경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세 번째 정규 앨범 ‘Cuz I Love You’를 발매하며 현재까지 음악 애호가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리조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이렇게 아이디어가 다양할 수 있다니!’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분명 기존의 익숙한 솔과 리듬앤블루스 음악을 듣고 있음에도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자유자재로 등장하기에 음악이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리조는 올해의 그래미에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등 8개 부문의 후보에 오릅니다. 올해 그래미를 휩쓴 빌리 아일리시와 대부분 같은 부문의 후보로 등장했고, 추가로 2개의 부문에 더 이름을 올렸을 만큼 그녀의 음악 역시 큰 화제였습니다. 그리고 리조는 3개의 부문에서 수상합니다. ‘최우수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 ‘최우수 트래디셔널 R&B 퍼포먼스’ 그리고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부문이 그것인데요.

눈길을 끄는 것은 ‘urban contemporary’와 같은 동시대의 가장 트렌디한 음악 부문과 함께 , ‘traditional R&B’같이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부문에서 함께 수상을 한 것이지요. 시간의 선상에서 보면 어쩌면 이 두 부문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음악은 아티스트를 통해 현재에서 새로 탄생하고 그것은 곧 미래를 향한다’라는 것을 아티스트 본인이 실천하고, 듣는 이들도 함께 열렬히 응원하는 최근의 가장 멋진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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