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 단축·운영기간 연장 ‘대심도 꼼수’ 이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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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지하로 추진되는 대심도(大深度) 도로 건설사업인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공사가 지난해 9월 착공돼 2024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부산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사업이 초기부터 ‘꼼수’로 진행된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공사기간 단축을 핑계로 당초 설계에 없었던 비상탈출구(지상대피통로)를 설치, 굴착공사에 이용할 계획이어서 안전을 우려한 인근 주민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완공 후 민간사업자의 대심도 운영기간이 30년에서 40년으로 10년이나 연장돼 시민들의 유료도로 통행료 부담이 늘게 됐다.

대심도는 북구 만덕동 만덕성당 앞 만덕대로~해운대구 재송동 수영강변대로 간 9.62㎞ 구간을 잇는 왕복 4차로의 지하차도다. 개통되면 차량으로 40분 이상 걸리던 거리가 10분대로 단축된다. 이 사업에 민간투자금 5885억 원 등 총 7832억 원이 들어간다. GS건설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시행을 맡아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민간사업자가 통행료 징수 등으로 도로를 운영하다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공사용도 비상탈출구에 민원 발생
시설 운영기간도 10년 연장해 특혜

문제는 대심도 예정구간인 동래구 낙민동 온천천 인근에 비상탈출구가 계획되고, 이곳에 지름 15m, 깊이 80m의 수직갱이 설치돼 5년이란 긴 공사기간에 지하차도를 뚫는 주요 공사장으로 활용된다는 점. 이에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 드나들 공사차량과 기자재가 시민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며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주변에 초등학교 2곳과 어린이집들, 7000여 세대 아파트가 밀집해 있기 때문. 주민들은 초기 설계도에 비상탈출구가 없었고, 최근에야 비상탈출구 계획과 공기 단축을 위한 수직갱의 공사용도를 알았다며 ‘꼼수 같은 건설행정’이라 주장한다. 시행사는 2018년 2차례 공청회에서 공사계획을 설명했다며 맞서고 있어 민원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비상탈출구는 화재 등 비상 시 대심도 내부의 운전자들이 탈출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필수시설이다. 따라서 도로 완공 무렵에 설치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지하 굴착에 적절한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원만한 민원 해결에 필요한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주민들의 반대에 구·시의회 등 정치권이 합세하는 모양새여서 원활한 대심도 공사를 위해 시와 사업자의 투명하고 설득력 있는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시는 2017년 11월 시의회에 민간 사업자의 대심도 운영기간을 30년으로 보고했으나, 그간 노선 및 공법 변경 등에 따라 수백억 원의 공사비가 증가했다는 이유로 40년으로 기간을 늘린 것으로 드러나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가뜩이나 전국 최고 수준의 도로 통행료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에게 공사비 부담을 전가하는 꼴이다. 비상탈출구 계획 등으로 민간사업자에게 공기 단축 등 이득이 생기는데, 운영기간까지 장기간 연장하는 건 특혜와 다름 없어 재검토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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