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농도 20배 유독가스 중독 하수도 맨홀 작업 인부 3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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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하수도 맨홀에서 작업하던 중국교포 3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119 구조대원의 구조작업 모습.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의 한 하수도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3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돼 숨졌다. 치사농도 20배에 달하는 가스에 노출된 이들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발생 약 1시간 만에 사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9일 오후 3시 20분께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하남중학교 앞 하수도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이 모(59) 씨 등 3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깊이 4m 맨홀에 의식을 잃은 채 고립됐다. 신고를 받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119 구조대원을 출동시켜 맨홀 바닥에 쓰러진 이 씨 등 3명을 모두 구조했다. 구조 당시 심정지 상태이던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모두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먼저 작업하러 들어간 인부 1명이 나오지 않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2명이 잇따라 들어갔다 함께 변을 당했다. 3명이 맨홀에서 나오지 않자 현장 관계자가 이를 확인하러 들어갔고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이들을 발견해 신고했다. 인부 3명은 하청업체에 소속된 중국교포로 알려졌다.

공사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치사농도(50ppm)를 훨씬 넘긴 1000ppm 이상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사는 부산시가 발주한 공사로 사하구 하단동 16km 일대에 분류식 하수도를 새로 설치하는 ‘차수공사’다. 현재 해당 공사의 공정률은 85%정도로 이번 사고로 공사는 중단됐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공사 현장은 쓰레기 매립지다. 메탄가스가 주로 발생하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일산화탄소가 어떤 원인에 의해 흘러나왔는지는 관계 당국이 현재 조사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 설치된 용존산소량 측정기의 수치가 오전에는 이상이 없어서 오후에도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며 “보통 땅을 파서 하수관로를 넣는데 이곳은 이러한 공법이 불가능해 하수관로를 밀고 들어가는 공법으로 공사 중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공사 등을 상대로 안전장비 착용과 안전수칙 준수 등 과실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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