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하늘에서도 지켜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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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울산 동구 한 아파트 앞에 화마로 스러진 형제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9일 울산 동구 전하동 한 아파트 앞. 국화와 장미꽃 몇 송이가 꿈 많고 사이좋던 형제를 배웅하듯 잔바람에 흔들렸다. 이 아파트에서는 전날인 8일 새벽 불이 나 9살 동생을 구하려던 18살 형마저 화마를 피하지 못해 세상과 이별했다. 형제의 비극은 코로나19 사태와 얽히면서 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은 “뉴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형제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부모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화재 사고 울산 형제 애도 물결
“코로나 때문에 기숙사 못 가…”
‘남달랐던 우애’ 위로 글 등 봇물

형제는 모두 코로나19로 학교 기숙사에 가지 못해 당시 집에 머물렀다. 몸이 불편한 동생은 경북 경주에서 특수학교를 다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연기되자 집에서 생활했고, 동구지역 한 고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형도 개학이 미뤄지면서 동생을 돌봤다. 형은 생업에 바쁜 부모를 대신해 평소 9살 터울 동생을 챙겼다.

학교 관계자는 “형은 1학년 때 ‘학년장’을 할 정도로 착실한 학생이었다”며 “기숙사에 머물면서도 저녁이면 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집에 가곤 할 정도로 형제 우애가 남달랐다”고 기억했다.

아버지는 지난해 사기를 당해 빚을 갚기 위해 식당을 했고, 새벽이면 세탁물 배달을 병행하며 가계를 꾸렸다. 어머니도 동생 학교와 일 때문에 경주에서 숙식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지역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형제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형제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너무 안타깝다’ 등의 추모 글이 잇따르고 있다. 형 친구들은 이틀째 장례식장을 찾아 눈시울을 붉히거나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글·사진=권승혁 기자 gsh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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