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경험’… 과부하로 접속 장애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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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온라인 개학 첫날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동성고에서 한 교사가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왼쪽). 같은 시간 부산진구 자택에서 한 고3 학생이 ‘실시간 쌍방향형’ 화상수업을 하고 있다. 강선배·김경현 기자 view@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첫날은 ‘수능일’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은 이른 아침 시간부터 각 학교를 통해 학부모 협조 문자를 보내고 “시스템 동시 접속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과부하를 예방하기 위해 e학습터와 EBS 클래스룸의 오전 중 접속(9시~11시 30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과부하에 따른 접속 장애는 피할 수 없었다.

화상수업에도 질문·답변 이어져
‘인강’ 같은 일방 수업 지양 역력
동시 접속에 시스템 장애 많아
일부 학생 1교시 통째 듣지 못 해
‘쌍방향-EBS 수업’ 학교간 격차


■오프라인처럼 질문과 답변 진행

9일 오전 8시 10분 부산진구의 한 주택. 동성고 3학년 김준우 군은 아직 얼굴도 모르는 반 친구들과 함께 개학식을 했다.

1교시는 국어. 교사가 출석을 부르기 위해 “마이크를 켭니다”는 글을 올리자, 김 군이 짧게 “네”라고 답한다. 원격수업은 교사가 ‘화상카메라’로 책을 비추면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교사가 빨간펜으로 밑줄을 쳐 가며 설명하자, 준우 군의 눈동자도 밑줄을 따라 움직인다. 댓글 창 곳곳에는 ‘샘, 저도 들어왔어요’ ‘잘 나옵니다’ 등의 글이 올라온다.

2교시가 시작된 오전 9시 20분 부산 부산진구 동성고 4층 멀티미디어실. “이 함수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이렇게 짓눌린 모양의 원이 됩니다.” 박청원 교사가 홀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보며 ‘기하와 벡터’ 과목을 수업한다. 수업에 참여한 20여 명의 학생은 교과 자료와 박 교사의 판서를 실시간으로 시청한다.

‘인터넷 강의(인강)’처럼 일방적이지 않았다. 박 교사는 학생을 지목하며 질문하는 등 양방향 소통에 애썼다. 학생들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가리기도 했지만 질문에 곧잘 답변하며 성실히 수업에 임했다.

김 군은 “온라인 강의라고 해도 특별한 건 없다. 생각보다 할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정효영(44)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가는 영어 학원도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고 있다. 아이가 인터넷 강의 환경에 익숙한 편이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혼선, 학교별 차이 커

하지만 중3·고3 온라인 개학 첫날 곳곳에서 잡음이 목격됐다. 원격수업 동시접속자가 몰리다 보니 시스템 장애를 일으켰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사용하는 A고에선 첫 수업부터 30초가량이 끊기기도 했다.

특히 ‘EBS 강좌’로 대체하는 B고에서는 EBS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돼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학생이 ‘EBS 클래스룸 강좌’에 수강신청을 하면 교사가 승인해 줘야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접속 장애로 학생이 신청해도 교사가 승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일부 학생은 1교시를 통째로 못 듣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온라인개학을 앞두고 300만 명이 동시접속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확장했기 때문에 서버 용량의 문제는 아니다”면서 “일시적 오류”라고 설명했다.

또 학교 간 수업 질 차이가 커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EBS 강좌로만 수업을 진행한 한 고교의 학부모는 “EBS 강좌만 내내 틀어줄 거면 온라인개학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교육부가 쌍방향 수업뿐 아니라 EBS 수업, 과제 수업까지 다 할 수 있게 해, 학교별 수업 격차가 너무 커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해운대구 재송동 센텀파크 1차 아파트에서 이날 오전 10시~오후 1시 전기 정기점검을 실시해 일부 주민의 항의가 있었다.

한편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로 개학이 한 차례 연기됐을 때, 이미 사태 장기화에 대한 준비 지적이 이어졌고 학교도 온라인 학습을 진행해 왔는데 그동안 정부와 교육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교육부의 늑장행정을 비판했다.

김성현·이우영·이상배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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