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틈새 부산, ‘징검다리 물류’ 허브 부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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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중국 공장에서 만든 전자제품을 일본에 항공화물로 보내던 국내업체 A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중~일 여객기 결항에다 화물기 운임마저 급등하자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달 팬스타그룹이 운영하는 PKLB(팬스타 코리아 랜드브리지) 서비스를 대안으로 택해 20피트 컨테이너 18개를 톈진에서 나고야로 보냈다. 중국 산둥반도 시다오~군산항은 페리선, 군산항~부산항은 트럭, 부산항~일본 오사카는 다시 페리선을 이용하는 복합물류 서비스다. 이 회사가 보낸 화물은 항공 운송 이후 통관까지 걸리던 사흘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나고야에 도착했고, 비용은 2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사례2=지난달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전자제품을 긴급히 일본으로 보내려던 B사도 급등한 항공 운임에다 기내 공간 부족으로 고민하다 팬스타의 PKLB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했다. 시다오항에서 오사카항까지 정확히 40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고 이 회사는 깜짝 놀랐다. 가격도 훨씬 저렴해 굳이 항공화물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이 회사는 앞으로 매달 20피트 컨테이너 40개 정도의 물량은 PKLB 서비스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팬스타그룹 운영 PKLB 서비스
해운~육로~해운 복합운송 도입
항공과 시간 비슷, 운임은 25%
‘코로나’로 항공 대체수단 필요성
화물 국내 거쳐 부가가치 효과도
‘로로선’ 전용부두 건설 등 지원 시급

부산항과 오사카항을 주 3회 왕복하는 카페리 팬스타드림호. 부산일보DB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맞아 항공 운송만큼 빠르고 물류비는 훨씬 저렴한 동북아 복합물류 서비스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과 첨단산업 강국 일본 사이라는 입지 장점을 극대화한 해운-육로 복합운송으로 ‘징검다리 물류’ 서비스가 화주들의 속도와 비용 요구를 충족시키며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부산에 본사를 둔 팬스타그룹의 PKLB 서비스를 통해 운송된 화물은 서비스를 시작한 2010년 이 서비스를 시작할 때 20피트 컨테이너 1640개 수준에서 2017년 8734개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물류 노선은 항공화물 운송과 통관 전체에 필요한 사흘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화물을 운송하지만, 대량 운송으로 가격이 저렴한 해운 서비스를 2회 이용함으로써 전체 운임이 항공운임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과 항만 운영이 정상화되지 못했던 지난달에도 1년 전에 비해 불과 2% 감소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 서비스가 주목받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운송 환경 변화다. 중·일 간 고가·급송 화물은 주로 항공화물을 주로 이용했으나 코로나19로 양국 출입국이 까다로워 지면서 여객기 결항이 속출하게 됐다. 전적으로 화물기에 의존할 수 없게 됐지만 수요가 늘어난 화물기는 운임이 배로 비싼 유럽·미주 노선을 주력으로 삼으면서 화주의 선택 폭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곤란한 지경에 처한 화주들로선 정시성과 싼 운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물류 서비스가 절실했다.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은 “한반도 양쪽 두 나라의 물류를 중개하는 데 바다를 이용해 비용을 낮추고, 우리 국내에선 빠른 트럭을 이용해 시간을 줄였다”며 “화주가 원하는 정시성과 물류비 절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중·일 세관과의 지속적인 협의, 일본 자회사 산스타라인을 활용한 당일 통관 시스템, 자체 보세 운송업체 등 운송 시간 단축을 위한 제반 시스템 정비 등의 노력도 기반을 닦았다.

이 서비스는 항공운송에 빼앗겼던 화물이 국내를 거쳐가도록 만들어 국내 물류업계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부산항과 군산항, 육로 트럭 운송 등을 모두 아우르면 2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약 50만 원 상당의 부가가치가 우리나라에 떨어진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이렇게 시장성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뛰어난 물류 서비스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PKLB 화물은 사실상 국내 타부두 환적(ITT) 화물인데도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휴일 운항 때 20% 할증까지 부담하고 있다. 보다 본격적인 징검다리 물류 서비스 확충을 위해서는 화물트럭을 곧바로 배에 싣는 ‘Ro-Ro 선’ 전용 부두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계획도 아직 세워져 있지 않다. 김현겸 회장은 “우리나라의 입지 강점을 최대한 살려 더 많은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기업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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