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코로나19가 바꾼 뉴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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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편집국 디지털센터장

집채만 한 사자 한 마리가 도심을 어슬링거리는 모습이 SNS에 퍼졌다. 살벌한 사진 설명이 붙어 있다. “집안에 있든가, 나와 먹히든가(Stay home or die hard)!”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단다. 전 국민을 집안에 묶어두려 사자와 호랑이 800여 마리를 풀어놨다는 것이다. 외신이 팩트 체크에 나서 “가짜 뉴스”라는 속보를 타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역의 감염 정보 허브 역할
부산닷컴 직접 유입 3배 급증
포털, SNS와 차별화 의미

코로나19 이후 뉴스 지각변동
인공지능 기술 적극 도입
지역, 독자 맞춤형 진화 모색을


재해, 재난의 한 가운데에 정보가 차단되면 불안과 공포를 악용한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공황 상태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전대미문의 역병이 창궐한 이 시기에 올바른 뉴스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로 고전 중인 미국은 국가 봉쇄에 버금가는 비상 조치를 취했다. ‘비필수 사업장’은 강제 폐쇄하고 재택 근무를 의무화했다. 피해가 심한 뉴욕주는 근무 인력을 25% 이하로 줄이는 강경 조치를 발동했다.

언론사에 비상이 걸렸다. 취재 인력이 줄면 시민들에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주 정부들은 뒤늦게나마 언론사를 ‘필수 사업장’으로 전환하고 인력 감축이나 이동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순기능뿐만 아니라 언론의 본령을 묻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번져 상품 진열대가 텅빈 외신 사진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도쿄에서 출발해 사고 현장까지 이동하면서 목격했던 ‘침착한 일본’과 너무 달라서다.

괴리의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처, 반복된 늑장 대응으로 인한 불안감과 실망이 공포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하지만, 언론이 사태 악화의 한 축이라는 비판이 날카롭다.

방역 대책을 책임지는 후생노동성의 출입 기자단은 폐쇄적이다. 소위 ‘기자클럽’은 기득권 언론사들로 독점된다. 기자 회견도 기자클럽이 주도한다. 이 자리에 의료 전문 매체나 전문 기자들은 배제된다.

이 와중에 방역 당국은 예산 전용 논란으로 신뢰가 실추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처럼 언론 브리핑을 맡은 후생노동성 오쓰보 히로코 관방심의관은 방역 예산에 쓰일 수 있었던 예산 80억 엔(약 895억 원)을 자신과 관련된 게놈 연구비로 돌려 전횡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이 권력 감시보다 ‘받아쓰기’의 대가를 얻는데 급급한 탓에 방역 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을 키웠고, 빠르고 투명한 정보 공유가 필수적인 방역에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언론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세상의 모든 질서를 뿌리채 흔든 코로나19는 보도 형식에도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공중 보건 뉴스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일 텐데,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뉴스 무료화는 대세다. 유료 회원제인 뉴욕타임즈, 아사히신문 등은 무료 뉴스레터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관련 페이지를 무료화했다.

부산일보도 온라인 뉴스를 통해 24시간 촘촘하게 정보를 발신하며 지역 정보의 허브가 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덕분일 텐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산일보 뉴스 사이트 부산닷컴(busan.com)을 직접 방문하는 독자수가 3배나 급증했다. 뉴스를 포털에서 소비하는데 익숙했던 지역민들이 ‘우리 동네’ 소식을 먼저 알고 싶어 스마트폰으로 부산닷컴을 클릭한 것이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세계 많은 언론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도를 선보였다. 지자체나 병원의 환자 데이터를 로봇이 자동으로 수집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를 가공해 속보를 올리거나 데이터 자체를 무료 제공하는 식이다. 뉴스 사이트 방문자를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맞춤형 기사 추천, 자동 알림 전송을 보내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한국 언론의 취약점이 드러난다. 포털과 SNS에 뉴스 유통을 잠식당해 자체 뉴스 사이트 유통량이 미미하다 보니 인공지능같은 기술 투자는 엄두도 못낸다.

이번 부산닷컴 유입 급증세에서 지역 디지털 뉴스 미래상의 단초가 보였다.

지역에 충실한 정보에 외부 플랫폼 종속을 벗어나는 열쇠가 있다. 위기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를 지역에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 필수적이다.

코로나19와 분투하는 부산닷컴은 지역 맞춤, 독자 맞춤형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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