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도 사망 사고… 안전 사각지대 내달리는 전동 킥보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2일 새벽 전동 킥보드와 승용차 간 발생한 추돌 사고로 파손된 킥보드 잔해가 도로 위에 널브러져 있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발생한 공유 전동 킥보드 이용자 사망 사례로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던 시민이 승용차와 충돌해 숨지는 사고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미 전동 킥보드 사고는 전국적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부산에서도 관련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오전 해운대서 교통사고
승용차와 충돌 30대 남성 숨져
공유 킥보드 늘며 사고도 급증
헬멧 안 쓰고 인도서 불법 운행
공유업체 규제할 조항도 없어

전동 킥보드는 전기 충전이 가능한 전동기를 장착한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모빌리티)’이다. 친환경적이고 스마트폰 앱으로도 어디서든 이용이 가능해 최근 젊은 층의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15분께 해운대구 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2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와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던 30대 남성 A 씨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던 A 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부산에서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씨가 이용했던 전동 킥보드는 지난해부터 해운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세계 최대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업체인 ‘라임’의 제품이다. ‘라임’ 측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이용자에 대한 사고 건당 보험 최대 보상액은 100만 달러(한화 12억 원)다. 전동 킥보드 자체의 기기 이상이나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보험이 적용된다는 게 라임 측 보험 규정이다. 이용자의 부주의 등으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사고 역시 당시 A 씨의 주행 과실 여부 등에 따라 보험 적용이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보험 적용 여부와 별개로 전동 킥보드가 대중화되면서 안전 사고도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년 전동 킥보드 사고는 233건으로 2015년 14건보다 17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동 킥보드 관련 민원 접수도 2016년 290건이던 것이 2017년 491건, 2018년 511건으로 늘고 있다.

전동 킥보드는 차량에 비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안전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탓에 사고 시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경찰청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 관련 인명 사고는 사망 8건, 중상 110건에 이른다.

전동 킥보드 사고와 인명 피해가 늘고 있는 이유는 안전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데다 규제가 미흡한 탓이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있다. 이용자는 헬멧 등 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시내를 누비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 대다수가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이날 숨진 A 씨도 헬멧 등 보호 장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행법에는 ‘보호 장구 의무 제공’ ‘운전면허증 의무 확인’ 등 이용자 안전과 관련해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전무하다. 실제로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들은 ‘헬멧을 착용하라’고 권고만 할 뿐 최소한의 보호 장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운전면허 역시 마찬가지다.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하지만 일부 공유 업체는 운전면허 확인 시스템마저 설치하지 않아 무면허의 미성년자도 결제카드만 있으면 킥보드 이용이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업체가 이용자의 안전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법적으로 전동 킥보드는 차도에서만 운행 가능하며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운행은 불법이지만 도로 위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동 킥보드 운행자가 인도와 도로를 넘나드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A 씨의 사고 역시 킥보드에 탑승한 상태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택시 운전사 김 모(51) 씨는 “밤 10시만 넘어서면 보행로는 물론이고 도로 위에서 마구잡이로 주행하는 전동 킥보드 때문에 되레 운전하는 내가 겁이 날 지경”이라고 혀를 찼다.

부산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오는 등 전동 킥보드 사고가 고개를 들자 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경찰에서 전동 킥보드 음주 주행은 불법이며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냈고, 부산시의회에서도 조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부산시의회 김삼수(해운대3) 시의원은 “지자체 조례를 검토해 전동 킥보드 보호 장비 의무 착용 등에 대한 조례 개정과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전동 킥보드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체계적 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