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서 숨진 작업자 3명, 필수 보호구 착용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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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부산 사하구 하수관로 작업 도중 유독가스에 중독돼 사망(부산일보 10일 자 11면 보도)한 작업자 3명이 작업 매뉴얼상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호흡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밀폐공간 매뉴얼상 착용 의무화
경찰, 용접 작업 중 폭발도 조사

부산시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하수관 공사를 하다 목숨을 잃은 작업자 3명이 사고 당시 안전보건공단의 매뉴얼에 따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호흡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12일 밝혔다. 안전보건공단의 ‘밀폐공간 작업 매뉴얼’에 따르면 유독가스 유출 가능성이 있는 맨홀 등에서 작업할 때는 반드시 호흡용 보호구를 써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서 랜턴과 로프 외에는 다른 것을 발견되지 않았다. 보호용 마스크는 없었다”며 “착용했는데 현장에서 유실되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노동고용노동청과 경찰은 현장소장과 안전책임자를 상대로 업무상치사 혐의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호흡용 보호구란 외부공기를 전동공기펌프로 흡입하고 공기이송관을 통해 연결된 숨을 쉬게 해주는 장비다.

지난 9일 오후 3시 20분께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하남중 앞 하수도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작업자 이 모(59) 씨 등 3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깊이 4m 맨홀에서 의식을 잃은 채 고립됐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건 발생 1시간 만에 전원 사망했다. 부산시는 지난 2015년부터 사하구 하단동 일대에서 분류식 하수관로 공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은 하수관 용접 작업 도중 일어난 폭발로 맨홀 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는 공사 현장에 밀폐공간의 산소와 외부공기를 교환해주는 ‘환기기구’가 설치돼 있었으나, 이 기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일산화탄소 수치가 갑자기 높아졌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숨진 원인이 가스 질식인지 폭발 때문인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방이 현장에서 측정한 일산화탄소 수치는 1000ppm으로 허용치(50ppm)의 20배가 넘는다. 소방 관계자는 “측정 시 사용한 기계는 일산화탄소 수치를 최대 999pm 감지할 수 있었는데, 현장에서 수치가 최대치로 나왔다”며 “6500ppm 수치의 일산화탄소에 노출 시 10분 이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은 해당 공사장은 쓰레기가 묻힌 매립지로, 여기서 발생한 가스 등이 화학반응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산고용노동청은 경찰 조사와 별개로 현장책임자 등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준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노동청은 산소농도 측정 주기와 수치, 밀폐공간 내부와 외부 사이에 계속 연락할 수 있는 장비 구비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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