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전염병과 사회적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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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맞춰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살펴본다. 요즘 코로나19 바람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다.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를 처음 얘기한 사람은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1864~1944)이지만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학문에 담은 사람들은 성학자들이다. 한동안 주로 성학에서만 쓰이던 용어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친밀감이 쌓이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둘 사이의 접근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그 내용을 분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둘 사이의 친밀감의 수준에 따라 마음이 불편하거나 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를 뜻한다.

사랑에는 육체적 부분, 감정적 부분 그리고 이성적 부분이 있다. 친밀감은 그중 사랑의 감정적 부분으로 이를 통해 서로 그(그녀)와 결속된 느낌이 들게 된다.

친밀감에 따른 거리는 공적 거리, 사회적 거리, 개인적 거리, 친밀한 거리가 있다.

먼저 공적 거리는 대체로 한 방향으로의 관계로, 약 3~4m 정도를 유지해야 마음이 편하다. 현재 내가 목적하는 바 일만 해결되면 끝나는 관계이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관공서에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마주했을 때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사회적 거리는 옆에 앉기보다는 마주 앉으려 하고 1~3m 정도 떨어져 있어야 편하다. 지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강의나 토론의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 거리는 서로 공통점이 있거나 기분이 통하면서 반복적으로 만나면 둘이 함께 고민과 즐거움을 나누며 가능하면 마주보기보다 옆에 앉기를 원한다. 이러한 경우는 ‘침 튀기는 관계’라고도 하며 물리적 거리로는 1~1.3m 이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침이 튀거나 몸의 냄새가 느껴져도 불쾌하지 않아야 이 거리를 감내할 수 있다.

친밀한 거리는 두 사람이 점점 친해지면서 서로 손을 잡거나 껴안거나 만지거나 애무하거나 키스하는, 즉 가히 ‘침 교환하는 관계’로 ‘팔 닿을 거리’라고도 한다. 차라리 물리적 거리가 필요 없는 사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듯하다. 거리가 필요 없음은 물론 상대에게 나의 일부를 넣거나 받아들이고 싶어지기까지도 하는 경우이다.

그러니까 사회적 거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는 그 의미가 다르며 그 쓰임새도 다르다. 사회학이나 성학에서 의미하는 2m 내외의 거리를 전염병 확산을 피하고자 인용했을 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2m로 해 독감 예방에 활용하라는 논문은 21세기 초 미국의 독감 관련 논문에도 나온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란 말을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쓰게 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처음 중국에서 코로나19를 축소하기에 급급할 때 우리가 이를 널리 알렸기 때문이다. 이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마련한 지침에 있었고 우리네 방역본부가 모범으로 인정되면서 전 세계에 가르쳐준 셈이다.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아·태 폐경학회연합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저서로 <섹스 카운슬링 포 레이디>, <한국성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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