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국가등록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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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지속하는 과정에는 그 사회 자체는 물론 구성원들이 남긴 자취나 흔적이 서로의 공통 기억이 되어 전승되는 것이 중요하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할 것 없이 이는 구성원들 간 동근성(同根性)의 계기가 된다.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것들을 문화재 또는 기념물로 지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국보나 보물, 사적이나 명승, 천연기념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해 각 시·도의 지정문화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런데 최근 문화재청이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김주열 열사의 사진’을 포함해 모두 7건의 관련 자료들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추진하기로 해 관심을 모았다. 4·19혁명 관련 자료들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국가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해 관리하는 문화재이다. 2002년 서울 남대문로의 한국전력공사 사옥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860호까지 지정돼 있다. 부산에서는 2002년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41호)를 비롯해 송정역(302호), 복병산 배수지(327호), 구 동래역사(753호), 대한민국 임시정부 관련 편지와 소봉투(774-3호)까지 모두 21개가 지정돼 관리받고 있다.

이번에 국가등록문화재로 추진되는 김주열 열사 사진은 4·19혁명을 돋을새김으로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념물이다. 비록 한 장의 사진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등록문화재 추진도 늦은 감이 있다고 할 만하다.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나섰다가 실종된 뒤 27일 만인 4월 11일 당시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떠오른 열사의 모습은 <부산일보> 허종 기자의 특종 기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승만 정권의 치부를 백일하에 드러낸 이 사진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사진을 두고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사진’으로 높은 평가를 한 바 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지난 열사의 사진이 4·19혁명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더없이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마침 내일은 21대 총선이 있는 날이다. 60년 전 어린 나이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의에 항거해 목숨을 바친 열사의 숭고한 뜻을 새긴다면 우리 후손들은 내일 투표라도 모두 참여해 시민 된 도리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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