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 성패(成敗)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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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해양수산부 차장

부산공동어시장이 공영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어시장 조합공동법인을 이루는 5개 수협(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 부산시수협, 경남정치망수협,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은 지난 10일 총회를 열고 공영화·현대화를 위한 청산에 합의했다. 이후 부산시는 사업비 1207억 원을 5개 조합에 나눠 지불하고 부산공동어시장을 인수하게 된다.

10년 동안 부산공동어시장은 ‘현대화’라는 숙제를 고민했다. 국비도 확보했다. 그러나 자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시장 수협들의 재정은 열악했다.

결국 부산시가 ‘공영화’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았다. ‘현대화’라는 숙제 위에 ‘공영화’라는 숙제가 더해졌다. 그리고 이제 겨우 ‘공영화’라는 첫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

여전히 남은 문제들은 많다. 당장 부산시와 5개 수협 간 청산금 지급방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청산 일정은 다시 멈출 수도 있다. 어시장 직원 고용 승계, 중도매인·항운노조 운영에 관련된 협의도 쉽지만은 않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떤 어시장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다.

최근 수산업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바다도 더는 우리에게 넉넉하지만은 않고, 사람들은 예전처럼 집에서 고등어를 굽지 않는다. 수협들이 먼저 그것을 알았다.

당초 현 부산공동어시장 청산 후 청산금을 공영화·현대화 과정에 재투자하려 했던 2개 수협이 최근 재투자 포기를 결정했다. 그들은 더이상 어시장을 운영하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상품(수산물) 생산자(공급자) 역할에만 충실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화가 진행되면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선을 땅바닥에 늘어놓고 위판하던 것을 컨베이어 벨트로 처리하려니 당연하다.

더구나 부산공동어시장의 주인에서 이용자로 입장을 바꾼 수협들이 위판 조건을 두고 다른 위판장과 저울질하며 물량을 분산할 우려도 크다. 상품의 ‘양’이 줄어드니, ‘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담보하지 못하는 현대화는 ‘전국 최대 규모’라는 부산공동어시장의 위상만 추락시킬 뿐이다. 새로운 부산공동어시장은 ‘질’을 앞세우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부산시가 운영하는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실패 사례를 봤다. 부산시는 쓰디쓴 과거를 애써 복기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혹여 부산공동어시장 역량을 나눠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을 살리려다 둘 다 망하는 형국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제 시작이다. 낡은 옷을 벗어 던지기론 했으나, 새 옷은 아직 재단도 시작하지 않았다. 어떤 옷을 지어 입을지 결정하는 것은 지금부터다.

걱정이 앞서지만, 비관하진 않겠다. 시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익성’과 기울어가는 부산의 수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어시장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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