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고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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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선 부동산팀장

지난달 말 집 근처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들렀다. 매물로 내놓은 지 2년 넘은 우리집이 도대체 언제쯤 팔릴지 궁금하고, 내친김에 선거 민심이 어떤지도 물어볼 요량이었다. “계약서 써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간간이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부 비판합니다. 저번 선거 때 분위기와는 많이 다릅니다.” 참았다는 듯 중년의 소장은 넋두리를 쏟아냈다.

총선이 내일이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는 여느 때보다 더 이목이 쏠린다.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26.69%)이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그 중요성에 비해 코로나19라는 블랙홀에 이슈들은 묻혀 버렸다. 정책 실종의 정치적 후유증이 걱정이다. 직업 탓일까. 부동산 정책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대로 이번 선거가 이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머리를 굴려본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정책적 일관성에 비춰보자면 전자 쪽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겠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아 총선용 타협은 없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코로나19 영향 정책·이슈 대결 실종
총선 후 부동산 정책 변화에도 관심
시민의 삶 개선하는 데 투표가 중요

안 그런 분야가 있을까마는 건설·부동산 분야는 특히 집권세력의 소신 내지 가치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건설·부동산 분야는 사람들의 삶과 관련이 깊고, 정치는 그런 삶의 문제와 관련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그동안 19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19’라는 숫자에서 고민과 집념이 느껴진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미꾸라지마냥 잘 안 잡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수정될지도 관심이다.

좀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과연 총선에서 누구를 찍을까 궁금하다. 투자와 투표를 별개로 볼 것인지, 투자에 유리한 투표를 할 것인지. 이른바 침묵하는 다수, 무주택자들이 정부를 지지할지도. 물론 정부에 대한 평가뿐만이 아닌 대안 정치집단의 수권능력 등을 함께 고려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정부에 대한 유일한 평가 기준도 아닐 터. ‘민심’을 하나의 잣대로 전망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다. 유권자 개개인의 선택이 모여서 이룰 도도한 흐름을 어렴풋이 가늠할 따름이다.

현 정부의 입장에서 부동산은 두 얼굴의 ‘야누스’와 같을 것이다. 특히 소위 ‘진보 정부’로서 애증이 교차하는 것이 바로 아파트가 아닐까 싶다. 중산층의 상징인 아파트는 대개 진보 세력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재개발 등으로 새 아파트가 들어서 젊은 유권자들이 유입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진보 성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가장 큰 고민이 아파트 투기인 것은 일견 아이러니다. 정부를 탄생시킨 기반이면서도 정부를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현안인 셈이니. 정반대로 일부 학자들은 빚을 내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보수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가구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정부의 바람과 달리 부동산 가격은 왜 자꾸 오를까. 개인적으로 보기에 현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딜레마다.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은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이 부작용을 많이 드러냈다. 불행하게도 국제경제 상황까지 좋지 않으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로 하여금 비교적 ‘안전한’ 부동산으로 자꾸 눈을 돌리게 한다. 이런 현실이 만들어낸 저금리는 부동산 신화의 또다른 거름이다.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0.5%P(1.25→0.75%)를 ‘빅컷’했다. 그때도 가장 큰 반대논리가 유동성 증가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다. 저금리가 부동산시장을 얼마나 자극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0%대 금리에도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인 것은 경제 불안감이 워낙 크기 때문일 것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문화를 만든 코로나19 영향이다. 위기는 관리하기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의 직업적 관심과 달리 올 선거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쟁은 별로 없었다. 대신 도시철도, 트램, 신도시 건설 같은 개발 공약은 적지 않았다. 건설 이슈는 아무래도 ‘힘’이 필요한 만큼 집권당에 유리하다. 대표적인 예가 센텀2지구. 부산시, 정치권, 정부가 의기투합해 그린벨트를 풀었다. 반대 맥락에서 김해신공항 총리실 검증이 총선 전에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신공항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지난 8일 발언을 반신반의하는 이유다. PK는 이번 선거 승패의 시금석이다.

크게 보면 올해 총선은 전통적인 ‘정권심판론’에다 ‘야당심판론’이 가세했고 거기에 코로나19까지 맞물렸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했다. 각자 누구를 심판하든 그 결과는 우리의 책임이다. 선거는 신나면서도 지극히 신성한 일이다. 코로나19로 보류했던 나들이를 투표소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삶에서 최고의 투자는 투표일 테니.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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