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빌려주면서 운전면허 확인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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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로에 주차된 한 공유업체의 킥보드 옆으로 이용자들이 지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한밤중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승용차 추돌 사고(부산일보 12일 자 11면 보도)로 숨진 A 씨는 ‘무면허’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으로 전동 킥보드를 타기 위해서 운전면허가 필요하지만, 공유업체 측은 운전면허를 확인하지도 않고 킥보드를 대여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해운대 사망사고 운전자 무면허
美 본사 세계 최대 업체 ‘라임’
면허 인증 시스템도 구축 안 해
“안전 무시, 무면허 부추겨
대여 사업 즉각 중단하라”

13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킥보드 사고로 숨진 A 씨는 무면허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주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가 이용했던 전동 킥보드는 지난해부터 해운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세계 최대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업체인 ‘라임’의 제품이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분류돼 차도 위에서만 주행할 수 있어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그러나 라임 측은 전동 킥보드를 대여하면서 ‘운전면허가 필요하다’고 고지할 뿐 운전면허나 운전면허증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휴대폰 번호와 결제 카드만 있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무면허의 미성년자도 별다른 제한 없이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라임과는 달리 다른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 대다수는 대여 과정에서 운전면허를 인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라임 측이 이용자와 시민 안전을 나 몰라라 한다는 비난과 함께 ‘전동 킥보드 대여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태경(미래통합당·해운대갑) 의원은 “다른 대여업체는 안전 문제로 운전면허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라임은 운전면허 인증 시스템 도입을 6개월째 무시하고 있다”며 “라임 측이 이용자들의 ‘무면허 운전’을 부추긴다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라임은 전동 킥보드 운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라임 측이 운전면허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안전 책임을 외면했지만, A 씨 유족 측이 피해 보상을 받을지는 미지수이다.

라임 측 보험 규정에 따르면 라임은 전동 킥보드 이용자에 대해 사고 건당 최대 약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를 보상한다. 다만 이 보상은 전동 킥보드의 자체 기기 결함으로 인한 사고에만 한정되며 주행 과실 등 이용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A 씨는 무면허 상태로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차도가 아닌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한 점에서 이용자 부주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 A 씨는 무면허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주행하면서 헬멧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임 관계자는 “보험 적용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사고 상황을 파악 중이다”며 “이용자에 대한 헬멧 제공 등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상황이다. 운전면허 여부 인증 시스템에 대해서는 미국 본사 측과 여러 차례 논의됐던 것으로 알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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