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원 집단 거주지 ‘코로나19’ 걱정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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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에 위치한 남항어선원복지회관 전경.

코로나19에 대한 소규모 집단감염 우려가 큰 상황에서 외국인 선원들 집단거주시설이 감염에 노출돼 있다. 외국인 선원들이 집단감염될 경우 휴어기 이후 선사들의 어획활동에 큰 타격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수산업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부산 서구 남항어선원복지회관
휴어기 맞아 매일 50~80명 숙박
체온 측정 없이 출입·방문자 미기재
선사 제공 선원 숙소도 감염에 취약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가 운영하는 부산 서구 남항어선원복지회관은 지상 7층 건물 가운데 5~7층을 선원 숙소로 제공한다. 2인실 19개, 5인실 10개로 구성된 숙소에서는 최근 휴어기를 맞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외국인 선원 50~80명이 매일 숙박하고 있다.

건물에는 숙소 외에도 선원들을 위한 대중목욕탕, 체력단련실, 식당 등이 갖춰져 있다. 또 전국선망선원노조, 전국해원노조 등 사무실도 입주해 많게는 하루 100명이 넘는 사람이 드나드는 집단시설이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집단감염 발생빈도가 높은 시설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시설 방문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확인토록 하고 있다. 또 시설 방문자 명단도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14일 방문한 남항어선원복지회관은 건물 1층 로비 책상 위에 손소독제와 방문자 명단 서류철 하나만 비치돼 있을 뿐 아무런 방역활동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방문자는 체온 측정 등 절차 없이 시설 출입이 가능한 것은 물론,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방문자 명단 서류철 역시 인적사항을 기록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방문자 명단 작성에 대한 안내문도 없어, 눈여겨 보지 않는 이상 그 서류철이 방문자 명단용 서류철이라는 점 또한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손소독제 역시 지난 9일 방문 당시에는 없다가 취재진 지적 이후 비치한 것이었다.

이에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관계자는 “지난 9일 언론 취재 이후 손소독제를 배치하고 관리실 직원에게 발열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시했지만 출입 인원이 많을 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철저히 방역 절차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남항어선원복지회관뿐만 아니라 각 선사가 제공하는 외국인 선원 숙소도 감염 우려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 등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는 휴어기를 맞은 외국인 선원 8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예년 같으면 외국인 선원들은 휴어기가 시작되면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휴어기가 끝날 즈음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올해에는 항공편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고국 감염 우려가 더 커 부산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선사에서 제공하는 모텔이나 주택에서 3~5명씩 한 방을 쓰며 집단생활을 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그러나 예방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선사 관계자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 큰 성인들의 개인 생활을 함부로 통제할 순 없는 일”이라며 “그렇다고 하루 24시간 이들의 출입시 이상 징후를 일일이 확인할 담당자를 별도루 두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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