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에브리싱 체인지] 코로나19 엔데믹의 역사 전환점과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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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세계 코로나19의 동향이 갈수록 심상치 않다. 13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215개국에서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수만 해도 11만 명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1일(현지시간) 전체 50개 주를 재난 지역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마음 한 곳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코로나19 기원으로 새 역사 시작돼
비일상적 위기서 안전 보장이 중요
우리에게 이 거대한 전환은 긍정적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의학 용어로 치면 이른바 ‘토착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전염병에는 단순히 유행병(epidemic) 수준이 있는가 하면, 여러 대륙에 걸쳐서 확산되는 범유행병(pandemic)이 있다. 그런데 이 범유행병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늘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것을 토착화 혹은 엔데믹(endemic)이라고 부른다.

유명한 철학자 헤겔을 죽음으로 내몬 콜레라는 치사율이 높은 대표적 엔데믹이었다. 2017년만 해도 예멘에서는 약 70만 명이 콜레라에 감염되었고 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엔데믹이 무서운 이유는 이렇게 완전히 박멸되지 않고 변종을 통해 우리 일상에 늘 함께하며 전쟁 등의 격변기를 틈타 창궐하기 때문이다.

전염병은 변화하는 인간 역사에 항상 깊이 유착해 왔다. 14세기 유럽 흑사병은 엔데믹 수준이 아니었어도 충격은 엄청났다. 가톨릭의 권위에 주먹을 날렸고 그로써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운동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 오늘날의 과학문명이 르네상스에서 시작된 것을 생각해 본다면 흑사병의 영향력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속단하긴 이르지만 결코 작지 않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설명하면서 ‘기원’의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했다. 즉 우리가 양력 기원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비시(BC)를 이젠 ‘비포 크라이스트’(Before Christ)가 아니라 ‘비포 코로나’(Before Corona)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 탄생에 맞먹는 충격으로 설명한 것이다. 어떤 이는 에이디(AD)도 ‘애프터 디지즈’(After Disease)라고 의미 부여했다. 이들의 비유에는 약간의 과장도 섞여 있긴 하지만 엔데믹 상황으로 진전될 때의 충격을 설명하기엔 넘칠 것도 없어 보인다.

코로나19를 기원으로 시작하는 새 역사는 어떤 성격일까? 수십 년 강화되어 온 세계화 물결이 멈추고 이동성이 적은 문화, 혹은 덜 연결되는 체제로 변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듯하다.

그런데 필자는 그러한 전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변종을 통해 엔데믹 상황으로 간다는 것을 고려한 관점이다. '블랙 스완', 즉 일상적 상황에서 순식간에 나타나는 비일상적 위기로부터 안녕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든다는 사실이다. 블랙 스완은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인 나심 탈레브가 만든 용어이다. 백조는 당연히 흰색이어야 하는데, 늘 보던 호수에 검은색 백조가 출몰하는 위기 상황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 파격적 비일상이랄 수 있는 이 블랙 스완과 어떻게 공존하고 또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

향후 모든 국가는 이렇게 블랙 스완에 대응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의 9·11테러,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그리고 이번의 전염병 사건에서 보듯이 앞으로는 예측하지 못했거나, 예측했을지라도 전 지구적으로 방어 불능의 큰 역습이 간헐적으로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라. 기존 체제는 유효했던가?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사회 시스템은 쑥대밭이 되었고, 유럽연합도 무력하고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도 전혀 존재감이 없다. 중국과 일본은 도저히 신뢰국가라 할 수 없다. 전염병이 엔데믹으로 역습하는 시대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한 사례다.

재미있는 것은 이 거대한 전환이 한민족에게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한민족의 위기극복 내공은 거의 초월 수준이다. 지난번 한·일 경제전쟁 때도 재미있는 놀이로 승화시킨 젊은 이들의 불매 운동은 영화의 한 장면급이다. 이번 코로나19 때는 특히 우리 정부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운영한 민주적 거버넌스 시스템은 결정체다. 거기에 우리 보건 의료진의 전문성, 특히 시민들의 헌신성은 더 높은 찬사의 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국가 전체가 하나의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처럼 작동된 이번의 팀워크는 개인의 자율성을 때로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양보할 줄 아는 민족 특유의 유전자에서 길러 올려진 것이라 위험 앞에 서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확실히 한민족은 난세에 빛을 더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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