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 대신 ‘마우스’ 잡은 프로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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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인터넷 바둑으로 진행된 LG배 국내 선발전. 연합뉴스

‘딱, 딱’ 울리던 돌 놓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프로기사들 앞에는 바둑판 대신 노트북 컴퓨터가 보인다. 서울 한국기원 2층 예선바둑실에서 열린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국내 선발전 모습이다.

바둑계에서는 아주 생소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번 LG배는 국제대회 사상 최초로 인터넷 대국으로 예선전이 치러졌다.

LG배 기왕전 국내 선발전
국제대회 사상 첫 인터넷 대국

한국기원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자 지난 13일 온라인 대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국장에서는 ‘45cm×42cm’의 바둑판을 사이에 둔 두 선수가 승부처에서 머리가 닿을 것처럼 몰입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LG배 예선은 두 선수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2m 이상 떨어져 앉았다.

심판을 맡은 서능욱 9단은 대국 시작에 앞서 “오늘 대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인터넷으로 진행한다”라며 “마우스 조작 실수로 인한 모든 문제는 본인 책임이오니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고지했다. 서 심판은 또 “대국장 입장 전후 손을 깨끗이 씻거나 비치해 놓은 손 소독제로 소독해 주기 바란다”는 안내도 잊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회에 대한 프로기사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기사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마우스 작동이 서툰 시니어 기사들은 적지 않은 애로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인터넷 바둑을 잘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이창호 9단은 13일 열린 대국에서 김지명 2단에게 승리했지만 “익숙하지 않으니 조금 불편하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한국기원 관계자가 전했다.

13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LG배 국내 선발전은 7장의 본선 진출권을 놓고 231명이 경합을 벌인다. 앞서 일본은 6일부터, 중국은 11일부터 LG배 자국 예선을 역시 인터넷으로 시작했다.

한국기원은 이번 LG배 예선을 진행하면서 모든 출입자를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LG배는 우승 상금 3억 원, 준우승 상금 1억 원이다. 김진성 기자 pap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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