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는 미뤘지만 ‘온라인’ 반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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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일부 학교서 시행

14일 오전 9시께 부산 부산진구 A고 2년 B(17) 양은 담임 교사, 같은 반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시작했다. 선거의 시작을 알린 담임 교사는 지난 13일까지 출마자들이 제출한 ‘유세 영상’을 연이어 틀어 줬다. 반장 후보 3명과 부반장 후보 4명은 각각 1분~1분 30초 분량의 영상을 통해 소중한 한 표를 호소했다.

각자 집에 있던 학생들은 ‘수행평가 과제를 잘 정리해서 매일 공지하겠다’ 등의 맞춤형 공약을 듣고 고민을 시작했다. 담임 교사는 익명 투표가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링크를 공지했고,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후보 이름을 ‘클릭’했다. 담임 교사는 득표 현황이 자동 집계된 사이트를 학생들에게 보여 주며 결과를 공지했다. 당선된 반장과 부반장 2명은 자신의 소감을 전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산 지역 학교에서 반장 선거를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전례 없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상 최초로 개학이 연기된 데다 ‘온라인 수업’ 시대가 열리면서 등교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반장 선거를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학교 현황은 파악하지 않았지만, 학교 자치의 핵심인 ‘학생 자치’ 영역이라 자율성이 보장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거나 장기화하면 고려해 볼 만한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A고 외 다른 일부 학교도 온라인 반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온라인 선거에 참여한 학생들도 색다르고 신선했다는 반응이다. B 양은 “친구들이 색다른 반장 선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후보들도 영상을 통해 공약 등을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했다”며 “거의 다 알고 있던 친구들이라 투표를 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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