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도 모자라 억울한 옥살이까지… 40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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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삼청교육대에서 상관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1년간 옥살이를 한 황점철 씨가 14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40년이 지난 이제서야 억울함을 풀었습니다.”

삼청교육대에서 상관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1년간 옥살이한 남성이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부장판사 박소영)은 14일 1980년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점철(67) 씨의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교육대서
“때리지 말라” 호소했다 징역 1년
“계엄 포고 당초부터 위헌·무효”
부산지법, 60대 재심 무죄 판결


삼청교육대에서 순화 교육을 받고 있던 황 씨는 1980년 8월 12일 오후 10시께 삼청교육대 6중대 3소대 내무반에서 근무 태도 등을 지적하는 상병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반항했다는 이유로 군사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황 씨는 계엄법과 계엄사령관 포고령을 위반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해야 했다. 황 씨는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 씨는 복역을 마친 후 지난 40년간 억울한 마음에 마음 편히 잠든 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밤낮없이 분한 가슴을 삭이며 긴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는 “당시 내가 삼청교육대에서 난동을 피웠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눈이 나빠 옷에 명찰을 늦게 달았는데, 이를 이유로 군인이 총 개머리판으로 가슴팍에 여러 차례 폭행했다. 그 과정에서 ‘때리지 말라’고 호소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황 씨는 또 “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야 했는지 그 영문도 아직 알 수 없다”고도 했다. 비록 전과는 있었지만 황 씨는 당시 80만 원 월급을 받으며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던 터였다. 그는 어느 날 퇴근 후 귀가하다 경찰에게 둘러싸여 그대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황 씨는 “아마 자그마한 전과라도 있는 사람이면 이 잡듯 뒤져서 잡아갔던 모양”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3월 이 사건의 재심 청구를 시작한 황 씨는 이제야 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다. 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계엄 포고 제3항 위반을 전제로 하지만, 당초부터 계엄 포고가 위헌·무효이기 때문에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계엄 포고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등을 위배한 점을 이유로 위헌 결정을 한 바 있다.

뒤늦게 한을 푼 황 씨는 자신과 같이 군부독재 시절 이유도 없이 희생을 강요당한 이들이 늦게라도 억울함을 풀기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어처구니없지만 몸에 문신이 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삼청교육대에 끌려와 심한 폭력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았다. 비록 긴 시간이 걸렸지만 억울함을 다소 풀었다. 이번 재판이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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