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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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영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이것을 먹어보지 않고는 고기의 맛을 논하지 말라.’

중국의 시인 소동파도 ‘천계의 옥찬’이라 칭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음식이 있다. 바로 ‘복어’다.

우리에게 매운탕과 지리로 익숙한 복어는 예로부터 특유의 감칠맛과 쫄깃함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며 ‘캐비아’, ‘트뤼프(송로버섯)’,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4대 진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복어의 맛과 효능을 즐기려면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다.

단 1mg만 섭취해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성 때문이다. 테트로도톡신은 열에 강해 삶거나 끓여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고, 무색무취인 탓에 쉽게 구별해내기도 어려워 반드시 복어조리 면허를 갖춘 전문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같은 식자재라도 얼마나 안전하게 이용하는지에 따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매력적인 음식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복어가 사는 바다 역시 이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수산자원의 보고인 바다는 우리에게 삶의 터전이자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주는 낭만적인 곳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특히, 조업에 나서는 어선이 많아지는 봄철 바다는 자칫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봄철 선박 사고의 원인은 대체로 ‘안전 의식 결여’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전 정비 불량으로 인한 기관손상 사고다. 최근 3년간 남해청 관내 봄철(3~5월)에 발생한 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기관 손상 사고가 179척으로 전체 사고 건수의 30%를 차지해 가장 많고 당직자의 경계 소홀로 인한 충돌사고 선박 역시 76척으로 통계표의 두 번째 칸을 차지하고 있다.

사고원인별로는 ‘정비 불량’이 80척(34.9%)으로 가장 많았고, ‘운항 부주의(29.7%)’가 68척, ‘관리 소홀(13.1%)’이 30척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사전에 안전 점검 및 정비를 면밀히 하고 경계를 철저히 했더라면 충분히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우리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관내 낚싯배 조업 현황을 파악하여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해역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은 유도선이나 여객선, 낚시어선 등 다중이용선박의 운항 정보를 경비함정에 신속히 전달해 해당 선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바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선종별 출항통제 기준을 적용하여 출항을 제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 종사자들에게는 초단파 무선통신망(VHF)을 통해 현재 기상 등 해상안전 정보를 제공하여 안전 운항을 지원하는 한편, ‘알기 쉬운 해양구조기법’ 매뉴얼을 제작·배부해 위급상황 발생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안전한 바다는 결코 해양경찰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지속적인 안전운항 계도와 순찰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편의를 위해 안전을 뒤로 하고 바다로 나가는 것은 ‘전문 요리사의 손질을 거치지 않은 복어 요리를 먹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그래서 조업을 나서기 전 각종 항해 장비 작동상태와 전기설비 등을 점검하고 시기에 맞게 설비를 교체한다면, 불시에 엄습해오는 바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급변하는 바다 날씨에 대비해 수시로 기상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항해 및 조업 중 레이다와 육안을 통한 경계를 철저히 하고 조타실을 비우거나 음주 및 졸음 항해를 금지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은 세상 그 어느 값진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봄 바다의 낭만도 그렇다. 안전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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